돌아가셔서 해결 안 되는 채무자의 집을 가보는 은행원
집을 찾아가는 길, 마을길에는 늦가을의 바람이 낮게 깔려 있었다. 채무자가 머물던 작은 주택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지만, 사람의 체온이 사라진 집은 금세 알아볼 수 있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문 앞에 서자, 한동안 발길이 닿지 않은 흔적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마당에는 풀이 제멋대로 자라 있었고, 먼지는 오랜 시간 누군가의 부재를 대신 설명하고 있었다. 우편함에는 몇 달 전의 통지문이 고스란히 꽂혀 있어 시간마저 멈춘 듯했다.
채무자의 생이 끝난 뒤, 이 집을 찾는 걸음도 점점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가족들조차 아직 이곳을 다시 마주하기 어려운 것일까. 문득, 사람이 떠난 자리를 한참 후에야 실감하게 되는 건 결국 남겨진 공간이 색 바래는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바람이 나무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와 머물렀던 공간이 이렇게 조용히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묘하게 마음을 흔들었다. 오늘의 방문은 그렇게, 남겨진 자리의 시간을 조용히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리고 작은 연못의 붕어들은 살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