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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Gray Jun 30. 2019

2. 두번째 미국, 두번째 날

(Week 1) 바깥은 여름

4년전 이맘때 홀로 이민가방을 끌고, 생전 와볼일 없을 것 같던 애틀랜타에 도착. 긴 비행과 긴장되는 입국 절차를 마치고, 호텔로 들어와서 Wifi 를 잡아 한국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영상통화를 마치자, 불현듯 찾아온 적막. 한낮의 무료함.


(매우 덥고 무척 심심함)


주위를 둘러봐도 '여긴 참 덥구나' 말할 데 없고, 당장 '저녁 뭐 먹지' 고민하다가도, 공기가 맑으니 '산책이나 해볼까' 나가봐도 혼자. 피곤해서 잠시 잠들고는 느지막이 깨었으나, 여전히 바깥은 여름. 그것도 매우 밝고 뜨거운


'혼자'


밤보다 잔인한 낮. 9시가 될 때까지 해는 쉽사리 자취를 감추지 않았고, 여전히 세상은 순조롭게 돌아가는 듯 보였으나 어색한 건 오직 한 사람.




그리고 4년후 오늘,


입국하자마자 은행, 통신, 아파트 렌트 등 서둘러 마무리해 나가고는, 아내와 딸이 초저녁부터 곯아떨어졌다. 이러다가 새벽에 깨면 또 시차적응이 안될텐데 걱정되지마는, 뭐가 걱정인가 함께 있는데.


(이 자세로 몇시간을)


종일 돌아다니며 서류는 뭘 준비해야 하고, 가전제품은 어디가 싸고, 고기는 어디가 맛있고, 차는 언제쯤 사야하며 2년후 되팔아야 하니 어느 브랜드를 사는게 유리하다고. 한번 해봤다고 척척 답해주니 정착 컨설팅같다나. 거참, 난 울면서 시작했는데 웃으며 시작하니


'앞날은 모르겠고, 일단은 함께 오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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