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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Gray Jul 18. 2019

8. Hertz, 극과 극의 경험

(Week 4) 함부로 Yes 하지 말라

여행을 다닐 때마다 Hertz를 자주 이용하곤 한다. 이름 있는 렌터카 업체 중에서는 Promo도 많은 편이고, 차량 상태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중저가 렌터카 업체도 많이 이용해 봤지만 약간의 가격 메리트를 잊게 만들 만큼 열악한 서비스를 경험한 적이 많았다.) 따라서 4년 전 처음 미국 땅에 발을 내딛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Hertz를 선택하였다.


해외여행을 할 때, 시작부터 진 빠지는 일은 대개 입국 심사와 차량 렌트이다. 입국 심사는 여권과 비자 한장에 나를 평가받는, 일종의 '정상인 테스트' 같은 성격이라 지은 죄 없이도 늘 긴장이 된다. 차량 렌트는 기본적으로 대기시간이 길고 차량 배정이 복불복이라 약간의 긴장감이 맴도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짧게는 수십분 길게는 한시간 가량 기다린 후에야 서류 작업을 마치고 배정된 차량을 받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차량을 받더라도, 달리 변경할 수가 없었다.


반면, 이번에 Hertz를 이용할 때는 예전과 달리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우선, 기본적인 회원가입 만으로 자격이 주어지는 Gold Member의 경우에는 카운터에 줄을 설 필요도 없고, 주차장 Gold Zone 안의 어느 차량이든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여전히 카운터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Compact 부터 Full Size까지 다양하게 구비가 되어 있는데, 가장 저렴한 종류로 예약 후 가장 좋은 종류를 선택하면 금전적으로도 꽤나 절약이 된다.


(렌터카 업계의 Amazon Go)


차량 선택 후에는 톨게이트와 유사한 Fast Lane에서 예약번호 확인, 신분증 조회만으로 차량 출고가 가능하였다. Pick-up부터 Exit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정말 놀라운 진일보였다. 고객 만족을 높여주는 이러한 혁신적인 변화는 한 가지 중요한 구시대적 고정관념에서 탈피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모든 것을 관리할 필요는 없다.'


카운터에 다수의 직원을 배치하여 꼼꼼하게 예약 내역을 확인하고 배정된 차량을 확인하여 키를 넘겨주나, 혹은 그냥 빈 차량에 키를 넣어두고 고객이 선택하게끔 하나 결과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주차장 내 보안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기에 차량을 도둑맞을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이고, 렌트 전후로 진행하던 Inspection 또한 사고 흔적이 없는 한 그다지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관리의 정도와 무관하게 성과가 유사하다는 전제 혹은 경험적 판단 하에, 생략할 Process는 과감히 생략하는 방식으로 Innovation을 이뤄내 고객 만족도를 높인 사례로 보인다.




한 직장에서의 근속기간이 길어질수록, 특히 Staff 부서에서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업무일수록 불필요한 관리 업무를 관성에 의해 하는 경우가 많다. 번거롭거나, 아무리 생각해도 불필요해 보여도, 안하는 데에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왜 안해도 되는지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며, 그것이 나의 게으름 혹은 이기심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이 일은 왜 하는거죠?"


잘 모르겠지만 하고 있는 관리성 업무에 대해, 경력사원 혹은 90년대생 신입사원이 입사하여 질문하는 순간 내적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나곤 한다. 육하원칙에 따라 명료하게 설명해 주고 싶으나,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까지는 잘 오다가도 "왜"에서 막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하더라도, 보통 부서간 혹은 직급간 형성되어 있는 미묘한 갑을관계에 의해 상황은 정리되곤 한다. 하거나, 하지 않거나는 대개 실무자의 판단보다는 더 큰 힘에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애매하게 상황이 종료된 후에도, 끝내 남아있는 찜찜함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이 일은 왜 하는거지?'


스스로 이런 생각이 든다면, 실무자 입장에서의 골든 타임은 길어야 한두달이라 생각한다. 그 이후에는 관성에 의해, 혹은 이미 손에 익어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기에 그냥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타까운 것은, 골든 타임 안에 있다고 해도 특정 관리 업무를 지속할지 말지에 대한 의사결정은 실무자 레벨이 아닌 경영진(보통 임원급)에서 내린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높은 연봉을 받는 경영진은 적재적소에서 빛이 나는 의사결정을 할 뿐 아니라, 일상적인 업무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일은 왜 하는거죠?"




Hertz의 진일보한 프로세스의 이면에, 아쉽게도 몇 가지 허점이 발견되었다. 빠른 Check out의 이면에는 허술한 예약 관리가 자리해 있었다. 일례로, 최종적인 예약 내역이 아닌 기존에 취소한 예약 내역으로 차량 출고시 영수증을 발급받은 사례가 있었다. 물론 영수증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은 데에 절반의 책임이 있겠지만, 예약/취소 이력 관리 및 최종적으로 유효한 예약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 Hertz 측에 나머지 절반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한번 꼬여 버리면, 차이나는 요금에 대한 보전 문제로 다자간 책임 소재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고, 대개 돌고 돌아 얻는 것 없이 고객 만족만 떨어뜨리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Fast Lane의 이면에는 Check out 직전 Fuel Pre-purchase 같은 끼워팔기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카운터에서 하나하나 설명 들으며 처리했을 경우라면 절대 응하지 않았을 조건이나, 훌륭한 서비스를 경험하고는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에, 함부로 고개를 끄덕인 결과 불필요한 옵션을 추가하였다. 뒤늦게 영수증을 확인하고 아차 싶어 한탄하였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고, 이어지는 아이의 뼈때리는 한마디.


"잘 모르겠으면 다시 얘기해 달라고 해야지, 무조건 Yes 하지 말고."


(그래요, 호구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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