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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Gray Jul 13. 2019

7. 섬머캠프

(Week 3) 일주일간의 섬머

내가 처음 학교에 갈 나이가 되었을 때 엄마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군대에 갈 때, 해외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교환학생으로 1년 동안 호주로 간다고 했을 때 엄마는 이런 마음이었을까.


훌륭한 경영인의 입에서는 변화와 혁신이 늘 미덕으로 여겨지지만, 나에겐 안정이 주는 평온함이 더 큰 미덕이었기에 아이를 새로운 환경에 노출시키는 것은 설렘보다는 두려움에 가깝다. 당연히 해야 할 통과의례라는 것을,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연습하는 게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더라도 내가 잘 못하는 분야에 내 아이를 자리하게 하는 일에는 쉽게 마음이 가질 않는다. 부모는 자녀에게 늘 뭔가를 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존재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결정적인 순간 두 손 꼭 쥐고 바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는 존재이기도 한가보다.




새벽부터 도시락이며 음료, 간식, 선크림 등을 준비하고는 아이를 YMCA 섬머캠프에 보냈다. 안내 데스크에서 이름을 확인하고는 어느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가는데, 옆에 있던 아이가 "한국사람이네?" 라며 같이 들어갔다. 나중에 듣기로는 전혀 다른 캠프에 온 친구라 이후로는 만날 일이 없었다지만, 그땐 그 목소리가 어찌나 큰 안도감을 주었는지.


아이를 보내고 텅 빈 집에 와서는 그저 잘하고 있기를 바라다가, 잠시 머리를 식힐 겸 Netflix에서 가장 핫하다는 "Stranger Things"를 틀었는데, Episode 1에서 주인공으로 보이는 아이가 사라진다. 젠장. 왜 하필 이런 이야기. 그런데 너무 재밌다. 젠장.


픽업 시간, 부모의 눈은 자기 아이를 찾는데 특화된지라 멀리서도 내 아이는 잘 보인다. 그런데, 혼자이다. 설마 종일 혼자였을까.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면 어쩌지. 아내는 내가 곧 울 것 같다고 한다. 멘탈이 약하다는거 익히 알고 있지만, 안다고 다 고칠 수는 없는 노릇. 약간은 위축된 듯한 걸음이지만, 옆에서 챙겨준 언니가 있었다고 한다. 이름은 에디슨, 오늘부로 가장 존경하는 위인 이름이기도 하다. 에디슨은 K-pop을 알고, 트와이스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 후로 화, 수, 목은 대체로 수월했다. 아이는 친구를 몇 명 더 사귀었고, 표정은 금세 밝아졌고, 한번도 가기 싫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며칠째 구름이 겹겹이 쌓여있고 때때로 강한 소나기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덕분에 더 맑고 상쾌한 금요일 오후. 진부한 클리셰라도 어쩔 수 없이, 오늘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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