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32) Rest In Peace, Live In Peace
Mamba Out
멀리 캘리포니아에서 비보가 들려왔다. 한 시대를 풍미한 NBA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가 헬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었다. 이내 미국 전역은 애도의 물결에 휩싸였다. 미디어는 앞다투어 자세한 사고 경위를 전하는 것은 물론 마이클 조던, 르브론 제임스와 같은 동시대 스타들과 정치인, 연예인 등 세계 각국 유명인사들의 트윗을 전하기 시작하였다. 코비가 20년간 선수로 활약한 LA 레이커스의 홈구장 스테이플 센터에서는 그날 그래미 시상식이 열렸다. 성대한 음악 축제에 참석한 아티스트들 역시 그에 대한 애도를 잊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어서도 추모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아 스테이플 센터는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미디어는 상당 시간을 할애하여 그의 개인사와 화려했던 선수 시절을 재조명해주었다. 그를 기억하고자 하는 팬들의 바람이 하나 둘 모이더니 급기야 NBA 로고에 코비의 형상을 반영하자는 청원이 올라오기에 이르렀다. 4년 전 유타 재즈와의 은퇴 경기에서 60점을 쏟아부으며 뒷모습마저 화려함을 입증했던 슈퍼스타는 끝내 죽어서도 사람들의 뇌리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
NBA의 레전드, 슈퍼스타 코비 브라이언트.
명성에 걸맞게 그는 죽음조차 화려한 듯하다.
코비는 NBA 리그에서 활약한 프로농구 선수였다. 고교 졸업 직후 프로의 세계에 뛰어들어, 한 팀에서만 20년간 활약한 흔치 않은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도 하다. 토론토 랩터스와의 경기에서는 혼자 81점을 꽂아 넣은 경이로운 선수였고, 블랙 맘바(독사)라는 별명답게 어떤 상대를 만나건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어 기어코 숨통을 끊어내고야 마는 승부사적 기질을 지닌 선수였다. NBA 신인왕 수상을 비롯하여 18차례 올스타에 선정되었으며, 5차례 리그 우승을 거머쥔 전설적인 선수였다.
그리고 그는 2020년 1월 26일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등진 아홉 명 중 한 명이었다. 이에 슬픔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화려한 기록 뒤로 우리의 마음을 짓누르는 감정의 본질. 추모, 애도, 슬픔의 끝에 도달한 지점은 결국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다른 어떤 장면을 떠올려봐도, 돌고 돌아 도달한 생각의 끝자락에는 그의 죽음 역시 다른 어떤 죽음과 마찬가지로 허무하다는 사실이 기다릴 뿐이다.
같은 날 한 작가분께서 브런치 계정을 폐쇄하였다. 평소 소소한 일상의 감정을 잔잔하게 기록해 나가던 분이었기에 마지막 글 역시 짤막하게 마무리되었다.
"오늘 아침 제게 생명을 준 엄마가 세상을 등졌습니다. 이 브런치를 닫으려 합니다. 저희 엄마의 영혼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종종 에세이를 접할 뿐 일면식도 없는 분이었지만, 온종일 죽음을 생각한 뒤 접한 또 하나의 비보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어느 슈퍼스타의 죽음은 온 세상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다른 어떤 슈퍼스타의 죽음은 조용하게, 그러나 강렬하게 한 사람의 일상을 옥죄었나 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크기와는 달리 그 둘의 깊이는 쉽게 가늠할 수 없다. 그 어떤 죽음의 무게에 다름이 있다 말할 수 있을까.
온 세상에 슬픔이 그득하다.
그리고 그것은 살아있음에 더 큰 애착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듯 뜻밖의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그렇지 않고서는 죽음이라는 짧은 두 글자를 이겨낼 방법을 찾지 못해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