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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부메랑 Jul 17. 2018

부부관계를 점검해 볼 때 -제 2 부

우리 부부관계의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공주와 왕자가 만나서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결혼했고, 이들은 평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말은 우리들이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나 만화, 그리고 소설들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던 단골 문구였습니다. 사춘기나 성인이 된 이후에는 영화관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불꽃 튀길 정도의 뜨거운 로맨스에 매료되고, 은은한 드라마에서도 늘 해피엔딩은 "이들은 이후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뉘앙스로 마무리되곤 하기에 어쩌면 우리들의 마음 속에도 결혼이란 저렇게 한 번하면 평생 갈등이나 다툼 없이 행복하고 환상적이어야만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각인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최근에는 결혼은 현실성을 동반한다는 것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어린 나이 때부터 다양한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껴서 그런 것인지 적지 않은 수의 한국 젊은이들이 결혼을 꺼리거나 미루고, 심지어 포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 결과 2017년 결혼 건수도 1996년 (43만 건)과 2011년(33만)에 비해 크게 감소한 26만 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통계청 자료 참조). 나날이 늘어나는 실업률,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물가 인상률, 그리고 젊은이들의 신세대적 사고방식과 보수적인 어른들의 사고방식 간에 커져만 가는 유격으로 발생하는 갈등구조 등을 고려하면 이런 결과가 당연한 것이라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다양한 이유를 대면서 반농담식으로 "결혼을 포기했다"고도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는 결혼에 대한 환상과 희망이 삶의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과연 결혼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왜 결혼을 하는 것일까요? 왜 10년간 연애를 하고도 결혼을 한 직후에 상대방이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지고, 6개월만 만나서 연애하다가 결혼을 해도 오히려 오래 동안 봐온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일까요? 대체로 결혼을 한 후에 서로에 대한 감정과 반응이 오히려 더 불안정해지는 부부가 많다는 것을 볼 때 정말 Les Parrott과 Leslie Parrott (2015)의 말처럼 이 시대의 부부들은 화려하고 성대한 결혼식에는 신경을 많이 쓰고 노력하지만 정작 결혼식 이후에 시작되어 평생 가는 "결혼 생활"에 대해서는 그만큼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지난 1부에서는 결혼한 부부가 상호 정서적 긍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 부부만의 해결 안 되는 문제 앞에서의 여유와 침착함, 그리고 Gottman의 다른 이론과 제안들을 소개하며 부부간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부부관계를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부부관계의 여러 측면을 살펴봤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부부가 함부로 가지면 안 되는 미신(Myth)들은 무엇이며, 부부간의 효과적인 대화 방법, 그리고 부부싸움을 조금 더 잘 하는 법에 대해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미국의 부부상담 전문가인 Les Parrott과 Leslie Parrott (2015)은 그들의 부부생활과 부부 상담사례를 바탕으로 해서 "Saving Your Marriage Before It Starts"라는 책을 집필했습니다. 그 책의 가장 첫 장에서 그들은 현대 부부들이 아직도 마음에 깊이 각인한 채 가지고 있는 결혼에 대한 환상(또는 미신)이 네 가지 있다면서 그런 미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권고합니다. 그 미신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우리는 결혼을 통해 같은 것을 목표로 하며 기대한다"

 결혼식 이후 남편과 아내는 암묵적으로 상대방이 결혼에 대해 자신과 동일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합니다. 예를 들어, 남편은 주말마다 아내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거나 캠핑을 가는 등 흥미롭고 모험적인 것을 함께 추구하길 기대하지만, 아내는 보다 주말에 남편과 함께 정원의 꽃을 가꾸며 차를 마시는 장면을 떠올리며 보다 안정적인 삶의 모습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남편과 아내는 각각 다른 부모와 전혀 다른 문화의 가정에서 태어나서 평생을 커왔기에 "결혼관"이 다른 것은 당연합니다. 각기 다른 "결혼관"은 남편과 아내가 각기 다른 "암묵적인 규칙"과 "무의식적인 배우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게 만드는 데, 바로 여기서 마찰과 이견이 시작됩니다. 가령, 암묵적 규칙으로는 "성공을 하더라도 겸손해야 한다"/"약속 시간에 늦지 마라"/"전기세 고지서가 배달되면 그날 즉시 내야 한다" 등이 있고, 배우자의 역할로는 "요리사"/"청소부"/"비밀을 공유하는 사람"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Les Parrott과 Leslie Parrott는 부부가 이런 부분에서의 이견과 차이를 긍정적으로 조화시키려면 자신의 암묵적 규칙과 배우자 역할을 각각 종이 위에 자유롭게 쓴 뒤에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그렇게 생각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부부간의 규칙과 배우자 역할은 남편과 아내의 부모님의 그것들과 동일할 필요도 없고, 동일하기만 해서도 안됩니다. 시대에 따라 문화에 따라 모든 것이 업데이트되고 새롭게 흘러나가듯이 부부도 자신들만의 최적화된 고유한 규칙과 배우자 역할에 대해 진지한 대화와 협동을 하면서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 한 번 남편과 아내가 각자 자신만의 이런 규칙과 배우자 역할을 내포한 결혼 생활 "십계명"을 써본 뒤, 서로 맞바꾸어 비교해 보세요


(1) 재정에 대한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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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식사시간에 대한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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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사/잡 일에 대한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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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통과 명절에 대한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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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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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우리들의 관계에서 좋았던 부분들은 점차 더욱 좋아질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면 다행이겠지만, Les Parrott과 Leslie Parrott (2015)은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No pain, No gain이라는 말이 있듯이, 부부간의 고통과 고난 감내의 과정 없이는 성공적인 결혼생활은 쉽지 않다는 것이죠. 결혼을 했다는 것은 이제 어린 시절과 결별하고 새로운 "불편함"을 겪으며 낯선 한계상황을 어른으로서 자주 맞닥뜨리며 내가 주도적으로 "안정되고 성숙한 가정"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결혼 생활은 비유적으로 절반의 흥겨운 일과 절반의 지루한 일이 섞여서 서로 평형상태를 유지하게 되는 생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고난 중 가장 힘든 일중에 하나는 바로 "감정적인 허니문"상태에서 "저 별에서 온" 환상적이기만 했던 내 배우자가 이제 드디어 평범한 "인간"으로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말들을 듣는 독자분들은 자칫 불안해지거나 낙담하실지도 모르겠는데, 너무 실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Les Parrott과 Leslie Parrott (2015)는 바로 이렇게 배우자를 "인간"으로 보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부부가 더욱 깊은 친밀함을 갖게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결혼 후에는 내 인생의 모든 문제가 없어질 거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 속에 상처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데이트 할 때마다 자신의 마음을 환하고 달콤하게 만들어주는 상대방이 자신의 감정적 상처나 얼룩을 제거하고 자신을 이끌어줄 정신적 "구원자"가 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남편과 아내는 각각 서로에게 이런 식의 기대를 동일하게 하면서 상대방을 보살피고 케어해주려고 하기 전에 자신들이 상대방에게 먼저 더 많이 의지하게 되기 때문에 사실 마음 속 상처나 얼룩이 그다지 효과적으로 치유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냉정히 말해서 결혼은 삶은 살아가는 한 가지의 현실적 방법이기에 결혼식과 동시에 마법처럼 마음 속 얼룩과 상처가 치유되는 것은 어쩌면 너무 순진한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부로서 상대방을 격려하고 달래며 그/그녀가 가진 나약함과 상처를 치유할 수 있고, 배우자인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갖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자세는 늘 필요합니다. 연구와 상담사례들을 보면 행복하고 건강한 결혼생활을 지속하게 되는 부부의 경우 본인들이 기대했던 그런 마음 치유가 실제로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합니다 (Les Parrott과 Leslie Parrott, 2015). 시간이 되시면 지금 자신의 마음 속 상처/해결 안 된 아픔에 대해 종이에 적어 본 뒤 그런 것들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고, 배우자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1) 격려 받지 못한 경험 ( 예-"나의 부모님은 나의 목표와 꿈을 위해 나를 격려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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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칭찬 받지 못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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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청 받지 못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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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삶의 재미를 만끽하지 못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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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타 다른 상처/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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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내 배우자는 나를 완전하게 만들어 줄 거야"

 결혼이란 과정을 통해 남편과 아내가 서서히 스스로도 변하고자 노력하고, 상대방의 변화도 도와주다 보면 인격과 자세가 성숙하고 성장합니다. 그러나, 너무 이상적으로 배우자, 또는 결혼생활 자체가 급작스럽게 나의 모든 약점을 보완하고 마법을 통해 나를 변신시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60억 인구 중에서 부부로서 만났다는 것은 어찌 보면 대단한 인연인 것인데, 불미스럽게 사사건건 갈등하고 서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원인으로는 부부 상호 간의 거리 문제(Boundary)를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편과 아내의 정신적 자아를 각각 하나의 둥근 공으로 봤을 때, 서로 너무 감정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부부로서 공유하는 아이덴티티나 감정적인 연결성도 거의 느끼지 못해서 서로 차갑고 소원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이런 부부 관계는 "독립적"이고 자력적인 성향을 두 부부가 동시에 표출할 때 나타나는 데, 서로 각자 서 있는 모습이 마치 알파벳 대문자 "H"와 같다고 해서 H-type 부부라고 합니다.


 반면 남편과 아내의 정서적/감정적 거리가 너무 가까운 나머지 서로를 찌그러트릴 정도로 가까워지면 마치 "으깬 감자(Meshed Potato)"처럼 되어 서로에게 해를 끼치게 됩니다. 이런 관계는 부부가 서로 지나치게 의존적이고, 상대방에게 지지와 관심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때 형성되는 데 상대방에 의해 자신의 자아상이나 자존감이 좌지우지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이런 관계는 개인으로서의 성장보다는 단순한 행복감/만족에 무게를 두게 만들고, 서로를 위해 헌신하고 노력하기보다는 상대방에게 헌신받기를 원하는 모습이 되어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패턴은 서로 의지하고 있는 모습의 알파벳 "A"를 따서 A-type부부라고 합니다. 만일 A를 구성하는 두 축 중에서 한 축이 없어지거나 무너지면 의존하고 있던 다른 한 축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입니다. 


그래서 Les Parrott과 Leslie Parrott (2015)가 내놓은 적절한 대안은 A와 H의 적절한 균형이 잡힌 상호의존적(Inter-depedent) 부부관계인데, 상호 적절한 바운더리를 유지하며 적절하게 상호 의존하는 형상을 한 "M"을 본떠서 M-type부부라고도 합니다. 부부간에 서로 상호 협력하고 의지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 적절한 독립적 공간과 자발성을 발휘하는 여지도 충분해서, 이런 관계에서는 부부가 서로 성장을 돕고, 서로 존중하고, 협동하며 상호 헌신도 도모할 수 있어서 가장 바람직한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Les Parrott과 Leslie Parrott (2015)은 더불어서 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부부에게 어떤 고난과 역경이 와도 반드시 협력해서 이겨내고 평안한 가정을 지켜내겠다는 각오를 하는 것" (Les Parrott & Leslie Parrott, 2015, p.64)이라고 했는데, 저도 그 말에 깊이 공감하고 동의합니다. 그리고, Les Parrott과 Leslie Parrott (2015)는 나치캠프인 홀로코스트에서 극한의 경험을 하면서도 인생의 의미와 긍정의 힘, 그리고 자신의 의지력을 끝까지 믿으며 홀로코스트라는 끔찍한 경험을 극복하고 나머지 여생을 의미 있게 살아간 오스트리아의 정신과 의사인 Victor Frankl의 마음가짐을 본받아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Victor Frankl은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독일군들은 내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갈 수 있지만, 내 삶의 마음 가짐과 태도를 결정하는 나의 힘은 건드리지 못한다"라고 되뇌며, 그 생활을 이겨냈습니다. 비록 외부적인 고난 요소와 어려움이 있어도 자신의 내부적인 태도를 조절하면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이겨내길 당부했는데, 저는 부부로서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하고 적용해야 하는 것인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느낀 점이 있다면, 부부는 세상에서 나와 부부로서 유일한 관계를 맺은 나의 배우자와의 관계이므로 그 누구보다 가깝고, 그 누구보다 오픈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부는 그 어떤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부부로서의 "육체적인 섹스"도 하는 만큼,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마치 널뛰기하듯 서로의 긍정적인 기분을 꾸준히 증폭시키면서 일종의 "정신적인 섹스"도 게을리하면 안 되는 관계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유한 관계를 바탕으로 부부만의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철학을 세워나가며 보다 새로운 지혜를 얻게 되면 삶 앞에서 그만큼의 자신감도 생길 것입니다. 이런 마음가짐과 태도를 서로 다듬어 갈 수 있다면, 부부가 성숙할 수 있고,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가정을 이끌 수 있는지를 내면적인 고찰과 긍정적인 태도를 통해 깨닫게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Les Parrott과 Leslie Parrott (2015)가 부부간에 원활한 대화를 통해서 부부싸움을 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안한 방법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부부간의 오해는 부부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이런 오해와 의견의 불일치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고 풀어나가느냐 하는 것이겠죠. 


일단, 부부간의 가장 기본적으로 중요한 화두는 역시 돈에 대한 이슈입니다. "돈"에 대한 이해도 다르고, 어떤 한 명은 "돈"을 버는데 치중하는데, 다른 한 명은 "돈"을 쓰는데만 치중한다면 불균형과 이견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종국에는 "그 돈이 누구 돈인데 그래?"라는 말이 부부간에 오가며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이 자주 제안하는 것은 결혼 전부터 수입과 지출, 투자계획 등에 대해 꼼꼼히 정리해서 대화하고, 가계부나 재정 계획부와 같은 부부만의 재정관리 서류들을 만들어서 관리하라는 것입니다. 부부간에 돈에 대해 너무 자주 이야기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어색한 일일 수 있으나, 그렇다고 재정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대충 넘어가거나 재정관리를 소홀하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쌓여서 더 큰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두번째로는, 부부간에 발생하는 마찰이나 싸움 자체를 너무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너무 이상적으로 다툼 없이 지내려고만 하는 부부의 경우 자칫하면 감정적인 "변비"상태가 되어 결혼 생활 에너지가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마찰이나 싸움은 부부관계가 꽤 건강한 편이라는 증거도 될 수 있으니, 너무 마찰이나 갈등 자체를 안 좋게 보고 회피하려고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너무 흥분한 상태에서 갈등하게 되면 싸우는 도중에 말실수를 하게 되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 싸움 직전 잠시 각자 흩어져서 화를 누그러 뜨린 뒤에 대화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대화 중에는 상대방의 말을 내가 이해한 내용으로 다시 한 번 표현하며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질문을 하면 효과적입니다 (예) - "그러니까, 당신 말은 내가 밤에 매일 늦게 자고 야식을 먹는 게 문제라는 거지?"). 



세 번째로는, 지금 이런 문제와 화제가 정말 말다툼을 벌일만한 일인지 생각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부부싸움의 원인이 되는 소재들 중 90% 이상은 사실 무시해도 될만한 소재인 경우라고 합니다. 물론, 화가 나면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상황을 분별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어떤 문제가 원인이 되어 말다툼을 하게 되는 것인지, 정말 그 이유가 이렇게까지 싸울만한 소재인지, 싸움이 끝난 뒤에라도 한 번쯤 돌이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네번째로는, 싸우는 주제와 원인을 서로 명료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부간에는 말다툼을 하는 과정이나 말다툼이 끝난 뒤에도 상대방이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그 근본 원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남자들의 경우는 "보이 코드"가 지배하는 문화 속에서 자란 탓에, 쉽게 무기력함이나 수치심을 느껴서 그런 느낌을 중화시키고자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면서 상대방을 제압하며 우위에 서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경우, 아내는 남편이 왜 "식은 된장국"때문에 그렇게 심하게 섭섭해하고 화를 냈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보이 코드에 대해서는 제가 예전에 "진정한 남자다움의 추구"라는 주제로 브런치에 쓴 글이 있으니 참조하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결혼기념일에 집에 약속시간보다 늦게 온 남편에게 화를 내는 아내의 경우도 남편이 늦게 온 것이 화를 내는 근본 원인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부부는 말다툼을 할 때, 중간에 이성적인 대화가 가능한 시점이 되었을 때 함께 "우리가 지금 무엇에 대해 화가 나있고, 왜 다투는 거지?"/"우리들의 의견 불일치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은 어디 있는 걸까?"같은 질문을 해보면 싸움의 원인과 주제가 보다 명쾌해져서 불필요한 감정과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Les Parrott과 Leslie Parrott (2015)는 행복한 결혼을 위해서는 부부만의 문제점들을 명확히 밝혀내고, 남편과 아내가 각자 그 문제 해결책을 위해 어떤 일들을 시도해 볼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행하며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다섯 번째로는, 싸우는 중이라도 감정만 내세우지 말고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일목요연하게 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습관을 쉽게 들이기 위해서는 Les Parrott과 Leslie Parrott (2015)가 제안한 "X, Y, Z"공식만 숙지하고 있어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X라는 상황에서, 당신이 Y를 하면, 나는 Z라는 감정을 느끼게 돼"라고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죠. 가령, "저번 금요일 저녁에, 당신이 김 부장에게 걸려온 전화를 40분 동안 붙잡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까, 내가 기대하던 금요일 저녁이 소홀히 대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섭섭했어"라고 말하는 것이죠. 



여섯 번째로는, 아무리 흥분해서 싸우는 상황에서라도 "하지 말아야 할 말/행동"을 정해놓는 것입니다. 가령, 상대방의 성적 매력이나 능력을 평가하기, 그리고 상대방 부모에 대한 험담은 부부간의 금기로 내세울 수 있는 것들이죠. 이 외에도, 다른 배우자와 비교하며 모욕주기, 욕하기, 때리기, 물건 던지기 등에 대해서도 서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규율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제시된 항목 이외에도 어떤 규율이나 금기가 추가적으로 필요한지 배우자와 이야기 하며 정하면서 그런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면 부부 관계를 보다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곱번 째로는, 남편과 아내가 상대방의 말을 서로 정확히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자신들이 평소 자주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찬성 또는 반대를 나타내는지에 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다음의 대화를 살펴봅시다


아내: 거실에 커텐을 붉은 색으로 맟추려고 해. 오늘 담당자와 만나서 결정하려고 하는데, 당신도 붉은색이 좋지?

남편: 붉은 색? 음.... 글쎄

아내: 지금까지 2년 넘게 하늘 색 계열의 커텐을 사용했고, 이제 가을이 시작되니 붉은 색 계열로 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오후에 담당자 만나면 붉은 색으로 결정해도 되지?

남편: 음, 그럼 한 번 생각해 보자구


이 날 밤, 아내는 붉은 색 커텐으로 결정했다고 퇴근한 남편에게 말했고, 그 말을 들은 남편은 황당해 하면서 "내가 언제 그렇게 하라고 했어?"라고 화를 냈고, 아내는 "아침에 식사할 때 당신이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잖아요"라고 답변했습니다. 이 부부의 경우 "한 번 생각해 보자"라는 말에 대한 기준과 뉘앙스가 서로 달라서 커뮤니케이션에서 상대방의 의중에 대한 착각/오해가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경우, 남편이 자신이 "생각해 보자"라는 말이 정확히 어떤 사안에 대해 찬성하는 것인지 반대 하는 것인지, 찬성이라면/반대라면 얼마나 찬성/반대하는 것인지 아내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치를 0에서 10으로 등급을 나누어서 그 등급을 알려주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들이 자주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가운데 배우자와 기준이나 뉘앙스가 달라서 오해가 자주 생기는 것들이 있다면 그런 표현들을 적어놓고 정리해서 남편과 아내가 그런 말을 하는 배우자의 정확한 의중과 의도, 그리고 그 정도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그런 부분에 대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종종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대화시 상대방의 의도와 계획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느껴지면, 상대방에게 더 "자세히" 이야기 해 달라고 묻는 것도 부부간 불필요한 착각이나 오해를 줄일 수있는 방법입니다. 


"The Marriage Clinic"의 저자 Gottman(1999)는 부부싸움이 끝난 뒤에는, 가급적이면 동일한 이유로 언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부부가 자신들의 언쟁을 유발하는 상황/이슈/분위기 등의 트리거 요소를 파악해서, 그런 유발 요소를 덜 예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부부싸움 뒤에는 가급적 빨리 감정적인 재연결을 위해 부부간에 할 수 있는 부부만의 상징적인 친목도모(외식, 카페 방문, 영화 관람 등)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고 권면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부부간의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미신(Myth)과 부부간의 효과적인 대화법 등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저는 결혼한 부부가 세상에 새로 떠오르는 작은 우주라고 믿습니다. 그 우주의 법칙은 남과 여가 상호 협동과 격려 속에서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기존 부모님들이 쓰시던 법칙을 고수할 필요는 없고, 서로 오픈된 상태에서 하얀 캔버스에 부부만의 법칙을 세우며 하나씩 써 내려가야 합니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법칙(도덕적, 법적, 과학적 등)을 제외한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본인 자신에게나 배우자인 상대방에게나 "이건 이렇게 행동해야지"라는 식의 "Should/Must"법칙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법칙은 자신과 상대방을 구속하고 지치게 만들며 서로를 판단하다가 실망하게 될 수 있으니까 말이죠. 자신만을 보고 평생을 걸기로 마음먹은 상대방, 그리고 그런 사랑스러운 상대방 사이에 태어난 귀여운 자녀들을 바라보면서 잠시나마 흐뭇한 감정을 느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주말에 가족들과 시원한 냉면을 한 그릇씩 먹으며 한 주간 있었던 일들을 나누는 정감 있는 시간을 보내면 좋지 않을까요?


행복한 하루 되시고, 더욱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닥터 부메랑 유튜브 채널에 방문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a2Hpyxxe7kozsCGldkUTqw?view_as=subscr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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