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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다다 Jul 01. 2021

마음은 누구의 무엇인지

사람에게는 돈과 시간, 육체와 마음이 있지요. 굳이 이런 분류 싫지만 따지면 저는 흙수저입니다. 단칸방에서 20년을 살았어요. 20살 집을 나올 때는 휴먼거지로 나온 건데요. 참, 그런 소리 싫고 그런 너는 뭐 씨발 귀족이냐 싶지만, 그냥 그런 식으로라도 계급을 지어서 누군가를 미워하고 낮추지 않으면 불안한 어린이들이 몹시 안타깝습니다. 물론 세계에는 계급이 존재하고요. 저는 지금 어디쯤이지 생각은 안 하지만, 조금만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면, 이 계급이 제 마음을 괴롭게 하겠지요.  



저는 돈은 없고 시간은 많고, 시간과 육체(정신)를 바꿔 돈으로 환산하기 싫어서, 내 시간과 마음을 챙기는 중입니다. 그래서 뭐할라꼬? 하면 앞에서도 말했듯 저는 영혼을 믿으니까 영혼을 잘 챙겨보려고 합니다. 영혼. 웃긴 단어인가요? 사랑과 영혼은 1990년대 영화인데… 그걸 다른 말로 바꾸면, 자존감이거나 마음이거나. 콘텐츠가 주는 위안이거나, 당신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이유도, 잠시 즐겁고 웃고 싶은 이유도, 마음을 좀 안마하는 거니까, 저는 제 마음과 당신 마음의 안마기가 되고 싶은 건가요. 안 되면 내 마음이라도 잘 보다듬어 미움 없이 살고 싶습니다. 너무 큰 소망이지요. 눈에도 안 보이는 마음, 돈으로 환산도 안 되는 마음, 밥 먹을 때 불편하게 먹으면 다 토해서 겨우 알아채게 되는 마음, 그 마음은 무엇인가요? 마음은 누구의 무엇인지, 당신 마음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저는 제 마음을 잘 챙겨서 오늘 하루를 살고 싶은 건데요. 그래서 강릉에 왔어요. 마음이 좀 부대낄 때는 아름다운 자연이 있어요. 아름답다, 자연, 이런 비현실적 단어들이 경제적 용어로 환산하면 관광이지요. 세종시는 관광지가 될 수 없습니다. 마음을 위한 곳이 아니니까요. 강릉은 관광지인데요, 마음을 위한 곳이라서에요.


그러니까, 자연은 마음 근처에 있는데, 마음은 자연 근처에 있는데, 거기 자본의 개념을 보태면 관광이고 산업이 되면 힐링이나 치유고, 그런 것 아닐까요?  



마음의 공식은 자연인데, 자연은 알 수 없는 것이잖아요. 스스로 그러한 것, 그 비밀을 밝혀내는 게 과학이라는데, 과학이 데려온 합리주의, 그 합리주의와 함께하는 자본은 자연보다 우선한 건 아닌데 어느새 삶 속에서는 그게 더 우위가 되었을 때 사람은 힘든 게 아닌가 합니다. 자본도 무섭고 자연도 무섭지요. 우리는 너무 작고, 작으니까요. 한 사람의 크기는 얼마만큼일까요? 바다나 산을 보거나 내 머릿속 산수와 주식 시가총액의 액수를 보면, 참 그래요. 그렇다고 그 시가총액의 주인이 바다나 산 같지는 않은데, 그것도 참 그래요. 사람 사는 세상에서 그들은, 그것은 무얼까, 멀리 보니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주린이인 저는, 몇 만원에 벌벌 떨기도 합니다.  



제가 요새 읽고 있는 책 중 하나는 '감히, 아름다움'입니다. 지금은 화학자인 정두수 선생님 챕터를 읽고 있는데  자연은 오른쪽으로만 꼬인대요. 그게 인공으로는 안된다고 합니다. 이게 뭔 이야기냐 하면, 이걸 제가 설명하면 야매인데, 지구 생성 당시의 생명자연발생설을 주장하기 위해 1953년 시카고대학교 해럴드 유리Harold Urey와 스탠리 밀러Stanley Miller가 원시대기로 예상되는 환경을 비슷하게 만들어 단백질의 기본인 아미노산을 검출했는데, 그들은 오른쪽 왼쪽 분자구조가 반씩 들어있는데, 지구 생명체는 분자구조가 오른쪽인 것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인공적으로 반반이 가능한데 왜 자연에서는 오른쪽으로만 가지?를 설명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는 이렇게 썼습니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이 질문에 대답할 때, 합의된 혹은 안정화된 정답이란 그렇게 쉽게 도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연계에서 오관을 통해 감지되는 대칭성은 꽃이 벌을 모으고, 미인이 남자들을 이끄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자연계의 그 밑바닥에선 편향된, 즉 대칭성이 깨진 상태가 오히려 자연스럽다'


우리는 여전히 마음의 이론을 다 밝히지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마음=아름다움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자연에서 느끼는 편안함을 알지만 그 자연의 기원이나 원리는 여전히 미궁입니다. 마음도 그런 것이겠지요? 뇌과학 책을 가끔 설겅설겅 읽는 이유도 그때문인데, 요새 IT산업은 실은 마음과 자본의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는 거니까, 그 중간을 찾는데 마음도 자본도 오리무중인데, 자본은 멀고 마음은 가까우니, 저는 흙수저라 마음은 가깝고 자본은 멀 수밖에 없으니, 제 마음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중입니다. 편안함도 마음이지만, 핸드폰도 아이패드도 지금 쓰고 있는 원노트도 자본이지만 거기 마음도 있겠지요. 그 마음은 제가 헤아리긴 머니까, 주식으로 조금 참여 정도 할까말까 하며, 마음은 뭐지랑 아름다움은 뭐지는 상통하는 것일까요? 마음은 아름답습니까?



제 마음은 언제나 아름다울까요? 제 마음은 지금 아름다운가요? 당신 마음은 지금 아름답습니까? 어디 있습니까?  

이 질문의 단어들과 답은 어디 있는 걸까요?

제가 어릴 때 좋아하던 멀더는 진실은 저 너머에 했는데, 제가 좋아하는 영어에요. 'The Trueth is outthere', 그 아웃데어는 어디일까, 그런 생각이 저를 여기 데려왔습니다.  


영영 답은 몰라도, 질문은 안고 살고 싶어요.  

그 정도는 인류에 참여하고 싶어요. 개미지만, 그래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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