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쉼표22 : 미처 대비하지 못한 도덕책 밖 네살 인생(2)]
아이를 키우며 내가 늘 해온 훈육은 단순했다.
“양보해.”
“다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
“남에게 피해 주면 안 돼.”
이 문장들은 언제나 안전하고 무난했다. 나도 그렇게 배우며 자라왔고, 문제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에서 겪는 일을 전해 듣고 나니, 이 단순한 규칙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아이 둘을 앞에 앉혀놓고 조금 다른 대화를 시도해봤다.
"오늘 세모군이 꼬집었을 때, 똘양이는 어떤 기분이었어?"
"근데 세모군은 재밌어요. 그래서...."
"세모군은 재밌는 친구구나. 그런 친구도 있고 똘양이는 정말 좋겠다. 그치만 꼬집을때 똘양이는 기분이 어때?"
"그땐 싫어. 아프잖아요"
"그렇구나. 아팠구나. 그럴 땐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하지 말라고 해야하는데 안 들어요."
"그럴 땐 똘양이가 우선 친구에게 불편하다고 분명하게 말해야해.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똘양이가 똘양이의 마음을 지켜야 해. 도와주세요! 하고 크게 외치자. 엄마나 선생님이 네 마음을 들을 수 있게 크게 말해주면 돼."
세모군과의 일화를 물어볼 때 아이들은 처음에는 스스로의 감정을 잘 짚어내지 못했지만
감정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며 아이들의 감정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불편한 감정이 들때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처음엔 쑥스러운 듯 작은 목소리로 연습하던 아이들이, 이내 만화 속 주인공처럼 주먹을 움켜쥐고 큰소리로 외쳤다.
“도와주세요, 선생님!!!”
작지만 단단한 목소리였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안도와 함께 묘한 울림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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