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의 쉼표27 : 진짜 쉬어보니까 알게된 잘 쉬는 방법. ]
진짜 쉬어본적이 있는가?
'쉬고 있어도 더 미친듯이 쉬고 싶은...'
'일요일 저녁만되면 다가올 월요일이 두려운...'
...
굳이 식상한 문장들을 여기 저기서 끌어오지 않아도 우리 대부분은 모두, 쉬고 싶다.
만원버스를 타고 이리저리 사람들과 부딪히는 출근길에서도, 회사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순간에도, 왜 우는지도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을정도로 하루종일 징징거리는 아이를 앞에두고 있는 순간에도, 월급과 동시에 카드값이 빠져나간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순간에도.
아니. 모든 일을 끝내고 침대에 누워 의미없이 피식피식 웃을 수 있는 쇼츠를 넘겨보는 순간에도 우리는 모두 쉬고 싶다.
그럼 당신에게 안식년이 주어진다면, 당신의 삶은 충분히 행복할 것인가?
당신은 충분히 잘 쉴 준비가 되어있는가?
'휴가 때 뭐할거야?'
라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여행'을 답으로 내세우곤 한다.
바쁘고 지겹고 혹은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 자신의 삶에서 한발짝 떨어져 좀 더 반짝이는 곳으로 가고싶은 욕망이 내재된 대답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행지에서 우리가 일상을 살게된다면, 우리 삶은 다시 반짝일 수 있을까?'
우리는 그곳에서 다시 지금처럼 지겹고 바쁘고, 혹은 '뭔가 하지 않으면 불안한 일상'으로 우리 스스로를 밀어넣을것이다. 그리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쳇바퀴처럼 다시 굴리고 있을것이다. 그러니 여행은 쉼의 완벽한 대체제가 될 수 없다.
우리의 하루는 반복되고, 반복되는 하루는 다시 우리의 일상이 되기 때문에 우리는 일상에서 결코 한 발짝도 멀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벽한 쉼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찾아야 말이 된다.
9 to 6의 업무가 주어진 삶 속에서,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무게 속에서,
두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가르치는 일상 속에서 말이다.
아이의 건강을 이유로 다시 일을 잠시 쉬게 되면서 한동안은 갑자기 찾아온 여유 시간에 설렘을 감출 수 없어 그간 다니지 못한 곳들을 여기저기 다녀보기도 했고, 그 시간을 허투로 보내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이것저것 생산적인 일을 시도해보기도 했다. 넘치는 시간이 내 삶의 시간을 두배로 늘려준 것만 같았고, 그 시간을 내가 주도적으로 쓸 수 있으니 내 행복도 그렇게 2배가 될 것만 같았다.
인간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배로 늘어난 시간은 다시 내 일상 속에서 당연한 시간이 되었고, 처음에는 여유롭게 느껴졌던 등원 후, 하원 전의 시간은 다시 찾아온 일상의 갖가지 일들에 자리를 빼앗기면서 "뭐야. 돌아서면 하원이잖아?"라는 말이 튀어나오게 만들었다.
그러다 아이가 아파서 일찍 하원을 하게 되거나, 집에 일이 생겨 거의 하루 종일을 쏟아부어야 하는 일이 생기면 간사하게도 '아....아무것도 안하고 싶다.'거나, '난 행복하지 않아'같은 배부른 감정이 머리속을 잠식하는 순간도 생겼다.
시간은 충분했지만 그 시간을 채울 일상의 행복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진짜 쉬어보기로 했다. 나만의 취향을 가득담아서 말이다.
이상하게 7시간을 자도 몸이 찌뿌둥한 날에는 동네 요가원에 가서 요가를 하고 '사바아사나'를 하면서 요가 선생님이 연주해주는 싱잉볼 소리를 들으며 5분정도 짧은 숙면을 취해보고, 그 근처 동네 카페에 들러 운동 후 아이스크림라떼의 달달함을 느끼며 책장을 한장씩 넘기고, 같은 아파트에서 몇번 마주친 이웃에게 작은 친절을 베풀어보는 삶.
그리고 무엇이든 다시 생각을 글로 옮겨보는 삶. 저렴하지만 머리가 아프진 않은 와인을 몇병 쟁여두고 한번씩 치즈를 안주삼아 남편과 서로의 일상을 공유해보는 삶.
뭐 하나 거창한 것은 없지만, 그 무엇도 거짓 행복인 것이 없는 일상.
사람들은 멋진 모델하우스를 볼 때 '저기 살아보고 싶다'라는 감탄과 부러움의 마음을 느끼지만, 막상 그 모델하우스에 진짜 살게되면 불편함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작은 침대와 수납공간, 보기에는 예쁘지만 실용적이지 않은 배치와 물건은 어쩌다 한번의 리프레쉬는 될지언정 진정한 삶의 휴식공간이 될 수는 없다.
오늘도 입버릇처럼 '아...쉬고싶다.'가 나왔다면,
내가 행복해지는 나만의 취향을 여러 갈래로 찾아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내 마음 속에 정리해두는 건 어떨까.
하루에 쉴 시간이 단 30분뿐일 때는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5분짜리 취향저격방법을 꺼내 들고
하루 종일 쉴 시간이 생겼을 때는 4시간짜리 취향저격 방법을 알차게 챙겨보자.
한없이 바쁜 순간에도 내 취향으로 보낸 시간이 존재한 하루는 당신의 삶에 진정한 휴식을 가져다 줄테니 말이다.
26.05.04
아이들은 행복하고, 어른들은 다소 두려웠던 가정의 달 첫 휴일이 지난 뒤 어느 일상에서
나의 30분짜리 취향저격템인 글쓰기를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