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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림 May 30. 2020

아이돌이 싫은 드라마 팬

필자는 아이돌을 싫어한다.

정확하게는 드라마에 나오는 아이돌을 싫어하고, 더 정확하게는 조연을 거치지 않은 아이돌을 싫어한다.

     

어렸을 때는 음악방송을 열심히 봤지만 나이가 들면서 거의 보지 않게 됐다.

어쩌다 채널을 돌리다가 아이돌을 보면 대부분 모르는 그룹들이다.

내 감성과 맞지 않은 노래와 무대들이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사는 그들이 대견스러워 보인다.

저 무대를 오르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안쓰럽기도 하다.

또한 소위 음악한다는 사람들이 은근히 아이돌을 얕잡아 본다는 것도 알기에 웹소설 작가로서 비슷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드라마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얼굴이 굳어진다.

정확하게는 ‘주연급’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말이다.


필자도 알고 있다.

연기 경력없는 아이돌이 주연급으로 나올 수 있는 건 그들보다 드라마 관계자들의 잘못이 크다는 것을 말이다.

신인 배우보다 인지도가 높은 아이돌을 드라마 관계자들은 탐을 내고, 아이돌은 본인이 원치 않아도 회사에서 하라고 하면 해야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렇든 저렇든 드라마는 비즈니스이고, 여러 이해관계가 맞물려 주연이 선정된다.     

그걸 알면서도 막상 연기 경험이 하나도 없는 아이돌이 주연을 맡았다고 하면 화가 난다.

팔짱을 끼고 ‘그래 너 어디 얼마나 잘 하나 보자’ 이를 바득바득 갈게된다.

아이돌들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 몇백번 몇천번을 연습한것처럼, 조연 배역이라도 얻기위해서 무수한 노력하는 연기자들이 많다.

내가 아는 수많은 연기자가 아니라 왜 저 아이돌이 기회를 가져가는 건지 화가 난다.     


화가 나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나는 오랜 드라마 팬이고, 소중한 기회들이 그들에게 너무 쉽게 쥐어졌기 때문이다. 

    

정말 의아한게 연기를 시킬 작정이면 왜 진작 경험을 쌓게 하지 않는걸까?

이건 소속사의 문제이기도 하다.

단막극이든 웹드라마든 독립 영화든 뭐라도 연기를 시켜야하지 않을까?

카메오 경험도 없는데 어떻게 주연을 하겠다는 걸까?

기회가 주어졌다고 해도 아무 경력없는 아이돌을 주연급 배우로 내밀었을 때 지켜보는 이의 불편함은 안중에도 없다.

     

드라마의 오랜 팬으로서 나는 이런 관행이 너무 불편하다.

프로듀스 101의 순위조작에 아이돌 팬덤이 분노한것처럼, 나는 이런 드라마 관행에 같은 분노를 느낀다.

          

연기를 할 생각을 꿈도꾸지 말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연기를 하려면 그에 맞는 절차를 거쳐달라는 것이다.

드라마 관계자들과 소속사에도 같은 말을 하고 싶다.

     

연기 경험이 없는 아이돌이 주연을 맡는 것은 ‘독이 든 성배’다.

독을 해독할 충분한 내공이 없다면, 아이돌의 손에 남는 건 기회가 아닌 트라우마 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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