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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림 Jun 06. 2020

더킹이 재미없는 이유.

 '왜 이렇게 한시간이 길지?' 더킹을 보면서 내내 느꼈다.

더킹을 재밌게 보고 있는 시청자가 있다면  미리 사과하겠고, 김은숙 작가에게도 미안하다.

작가에게 저 말이 얼마나 힘든 이야기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글을 읽을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아마 많은 시청자들도 필자와 같은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많이 당황스러웠다.

취향이 많이 바뀐 후에도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는 재미있었다.

오글거리는 느낌이 있긴 해도 재미없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어서 더킹을 보고 적잖이 당황했다.     

그래서 볼 때마다 ‘도대체 왜 재미가 없을까?’ 계속 그 이유를 찾으면서 봤고, 답을 찾았다.

서사가 너무 많다.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는 대체로 서사가 많은 편에 속하지 않는다.

도깨비도, 미스터 선샤인도 후반부에 과도하게 서사가 집중되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중반까지는 미친 대사빨과 감정으로 끌고오다가 후반후에서 후다닥 서사를 처리하고 끝난다.     


이런 것에 대해 필자는 많이 욕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김은숙 작가는 본인이, 그리고 시청자들이 소화할 수 있는 서사만 넣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번 ‘더킹’에는 그러지 않았다. 일단 두세계로 나누어지 있고, 여기에 반역까지 들어가 있어 내용이 복잡하다. 단순하고 감정이 명확했던 김은숙 작가의 이전 드라마들과 굉장히 다르고, 시청자들은 기대하는 바가 있었기에 혼란을 느꼈을 것이다.     


또한 작가 자신도 서사가 너무 많은 것에 당황한 것 같다. 그나마 서사가 많았던 드라마가 시티홀과 온에어였는데 그것보다도 압도적으로 서사가 많다.     


연출로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너무나 많고, 두 세계 사람들의 차이를 모르겠어서 시청자가 공부하는 모드로 드라마를 봐야한다. 스릴러 미스터리 좋아하는 시청자들을 이런 것을 즐기지만 드라마 장르, 로맨스 장르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이런 걸 반기지 않는다.     


하지만 공격 받고 있는 김은숙 작가의 세계관에 대해서는 작가로서 답답한 부분이 있다.

미리 말하지만 필자는 김은숙 작가의 세계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젊었을 때는 좋아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평등하지 않은 남녀의 사랑을 다루는 것에 어느순간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르를 공부하면서 알았다. 로맨스란 장르 자체가 남자가 월등한 세계 속에 여자가 들어가는 이야기라는 것을 말이다. (로맨스 코미디는 동등한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래서 수많은 로맨스에서 그렇게도 많은 남자주인공들이 재벌이고, ‘나 잘났다’하는 그런 조건들은 다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을 못했던 필자는 예전에는 아니꼬운 감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장르의 특성이라는 것을 이제 받아드린 상태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해서 언론은 장르의 특성으로 보지 않고 김은숙 작가의 세계관으로 보는 것 같아 그 부분이 답답하다. 박지은 작가의 ‘사랑의 불시착’도 보면 여주가 재벌이긴 하지만 남주의 세계인 북한으로 가서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지 않는가.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로맨스 소설의 구조들이 대부분 이렇다. 한마디로 불문율이다.


이 구조를 필자는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필자가 쓴 여성향 웹소설은 다 인기가 없었는데 그 이유중 하나를 나중에 알게 되었다. 로맨스의 불문율을 깨고 남주를 여주의 세계에 넣었거나 같은 세계에 살았다.

      

막상 남녀가 평등한 로맨스 코미디의 시청률이나 판매부수 등 지표가 많이 떨어진다.드라마를 예를 들어보자.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여주와 남주는 동등한 관계였다. 아니 오히려 남주보다 여주의 조건이 높았다. 뜨거운 반응이 있었지만 시청률을 보라. 최고 시청률이 ‘4.2%’다. 반면 재미없다고 욕먹고 있는 더킹의 최저시청률은 ‘6.3%’이다. (더킹 최고 시청률은 ‘11.6%’다.)     


지표와 시청자들의 반응이 대조적일 때 작가는 길을 잃는다. 그래서 더킹이 재미가 없으면서도 보여지는 반응들이 씁쓸하다.

     

시청자들은, 독자들은 작가에게 뭘 원하는걸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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