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림림 Apr 07. 2018

실패한 싸움이라도 발자취는 남는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이 글에는 히가시노 게이코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중 ‘한밤중에 하모니카를’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제 나미야 잡화점을 다 읽었다. 모든 장이 다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좋았던 장은 ‘한밤중에 하모니카를’이었다. 고향에 생선가게를 하는 집안에서 커서 도쿄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을 한 가쓰로. 그는 음악이 좋아 퇴학을 하면서까지 음악에 전념한다. 하지만 시간이 계속 흘러도 그가 프로로 데뷔할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표지


가쓰로를 보면서 나는 현재 내 모습을 봤다. 글, 음악, 그림 등등 뭔가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재능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 재능이 고만고만한 많은 지망생들과 자신을 구별해주는 잣대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는 그것이 ‘특별한 빛’으로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나에겐 ‘특별한 빛’ 따윈 없다. 그걸 알고 있기에 가쓰로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아버지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가쓰로는 고민 끝에 고향에 내려와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친다. 그런 아들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도쿄로 가서 한 번 더 목숨을 걸고 해보라고. 그 결과 싸움에서 패한다면 그것대로 괜찮다고. 어떻든 발자취는 남기라고 말이다.      


가쓰로는 도쿄로 돌아가면서 나미야 잡화점에서 받은 편지를 읽는다. 가쓰로가 걸어간 음악 외길은 절대로 쓸모없는 일이 되지 않으며 그의 노래에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노라고.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그것을 믿어 달라고. 가쓰로는 별생각 없이 이 편지를 넘기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 화재현장에서 아이를 구한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이 지금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잡화점에서의 편지를 떠올리면서 자신이 걸었던 길이 쓸모없지 않았다는 것을 믿으려 한다.     


‘그렇다면 아버지, 나는 발자취를 남긴 거지? 실패한 싸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뭔가 발자취는 남긴 거지?’     


이 부분을 읽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도 실패로 끝나는 싸움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내 발자취가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쓰로처럼 유명 가수로 인해 그의 곡이 오랫동안 불려지는 것은 판타지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남긴 발자취에 부끄럽지만 않으면 된다. 그러면, 실패한 싸움이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내겐 너무 충격적인 드라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