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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림 Apr 06. 2018

내겐 너무 충격적인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1,2화를 보고 충격받았다. 필자가 쓰는 장르를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는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다. 그래서 사랑 이야기를 시시하고 ‘누구나’ 쓸 수 있는 이야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도 예전에 그랬었다. 하지만, 써본 사람들은 안다.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가 얼마나 쓰기 힘든지. 감정을 자연스럽게 가져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일단 두 사람이 붙어 있어야 뭔가 일어나기에 집도 가까워야 하며, 일하는 곳도 같은 곳이라야 한다. 괜히 작가들이 억지로라도 같은 집에 살게 하고, 같은 곳에서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야 감정선이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감정선이 바뀔 때 많이 사용되는 산속에서의 고립, 같은 방에 갇히는 것. 정말 꼴 보기 싫은 클리셰지만 필요하다. 두 사람의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말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홈페이지


필자가 얼마 전 쓴 글도 그러했다.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옆집에 살고 같은 회사를 다닌다. 그런데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과 다른 부서다. 회사에서 두 사람이 붙을 수가 없는 구조였다. 거기에다 남자 주인공은  매일 야근을 해서 집에 늦게 들어가다 보니, 감정도 사건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억지인 줄 알면서도 남자 주인공을 여자 주인공이 있는 부서로 보냈다. 그래서 겨우겨우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었다.     


필자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받은 충격은 바로 이것이었다. 사실 1,2화 통틀어서 윤진아 (손예진 분)와 서준희(정해인 분)가 붙는 씬이 별로 없다. 윤진아의 회사 생활이 꽤 많은 부분은 차지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옆집에 사는 것도 아니며,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건물에서 일하긴 사실 이 정도 붙는 걸로는 극을 진행시키기 힘들다. 써본 사람들은 안다. 


그. 런. 데.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는 그 미비한 연으로 극을 진행시킨다. 게다가 감정선이 빠르다. 1,2화에 이미 서준희는 윤진아를 여자로 의식하고 있으며 윤진아도 그런 서준희가 싫진 않다. 16부작 기준으로 3,4화 아니 5,6화에 나와도 큰 무리 없는 감정선이다. 그 말인즉슨, 이야기의 진행이 굉장히 빠르다는 것이다.     


보통 감정이 빨리 가면, 극이 부자연스러워진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럽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다른 장르가 필자한테 맞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이 드라마는 내겐 너무 충격적인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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