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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림 Dec 01. 2020

솔직히 말해봐요. 남주 한지평이었죠?

드라마 스타트업에 대한 의문

드라마 스타트업을 보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건 남주가 한지평이 아닌 남도산이라는 사실이다. 


남주의 서사를 가진건 한지평인데 어떻게 남도산이 남주가 될 수 있을까? 이 기이한 현상을 필자의 미욱함으로는 도무지 해석할 수가 없다.


남주가 서브 남주에게 절대 밀려서 안되는 한가지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얼굴? 재력? 성격? 필자에게 하나를 뽑으라면 주저없이 ‘서사’를 고를 것이다. 


까짓 거 남주가 서브 남주보다 얼굴 좀 못생겨도 된다, 재력이 딸려도 된다, 성격도 별로여도 된다. 


하지만 ‘서사’가 딸리는 것은 정말이지 용납할 수가 없다. 누누이 말하지만 서사는 운명을 만든다. 


서사가 바로 여주와 남주가 연결되어야하는 당위성이다. 이 당위성이 서브 남주보다 떨어지면 드라마 시청자들은 집중할 수가 없다.


때문에 서브 남주의 서사의 강도는 절대로 남주를 넘어서서는 안된다. 매력적인 서브 남주가 중요하지 않냐고?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절대로 남주를 넘어서서는 안된다. 


남주가 6의 서사를 가지고 있다면 서브 남주는 4의 서사여야한다. 여기까지가 최대다. 이건 클리셰가 아니라 컨벤션이다. 작가가 꼭 지켜야만하는 기본적인 룰이다.


물론 이 기본적 룰에 변주를 준 사례가 없진 않다.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강서울(남지현 배우)은 차달봉(박형식 배우)과 과거에 결혼을 약속했다고 생각해 시간이 지나 그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녀가 미래를 약속한 상대는 사실 차달봉이 아닌 윤은호(서강준 배우)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윤은호는 과거 강서울을 골려줄 작정으로 차달봉의 이름을 팔았던 거고, 차달봉은 과거에 그녀를 좋아했다는 단서가 붙는다.


또한 작가는 의도적으로 강서울과 차달봉을 계속 붙여놓으면서 두 사람의 서사를 만들어갔다. 그 이후 윤은호를 다시 등장시켜 질투를 유발하는 존재로 만들었다. 


진심의 저울추를 남주에게 주고, 시청자에게 몰입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또한 선사한 것이다.


다른 변주 사례로는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들 수 있다. 은단오는 자신이 만화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운명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이름이 없었던 하루와 얽히게 되면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강력한 서브 남주가 있으니 바로 백경이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속 은단오는 백경을 좋아했고, 백경은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은단오를 멀리했지만 사실은 좋아하고 있었다. 


만화속이라는 걸 제외하면 이건 완벽한 남주의 서사다. 그렇지만 주인공 은단오는 만화와 다른 운명을 만들려는 존재이기 때문에 백경의 서사가 조금은 약해지고, 과거 작품에서 하루와 얽혀있기 때문에 남주의 서사가 힘을 얻는다.


어느 업계든 예외가 있듯 최근에 과감히 강력한 서사의 서브 남주를 등장시킨 흥행작들이 있다. ‘응답하라 1988’과 ‘호텔 델루나’이다. 


좋은 시청률을 냈지만 그럼에도 드라마 팬들의 성난 민심을 피해가진 못했다. 응팔은 끝까지 두 남주를 저울에 놓았고, 호텔 델루나의 남주 서사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서브 남주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위 드라마의 작가처럼 스타트업 박혜련 작가도 같은 실수를 한것일까? 그런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치명적여 보인다.


 ‘응답하라 1988’은 두 남주를 저울질 하느라 그랬다 치고, ‘호텔 델루나’는 솔직히 여주가 가장 중요한 드라마였기 때문에 남주 서사에까지 세세히 신경 못 썼다고 치자. 


그런데 스타트업의 러브라인은 이 작품을 관통한다. 이걸 과연 박혜련 작가가 생각하지 못했을까? 혹여 박혜련 작가가 놓쳤더라도 주변에서 분명히 지적했을 내용이다.


말도 안되는 걸 알지만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된다. 투자 과정에서 뭔가 외부적 압력이 들어오거나, 캐스팅 과정에서 뭔가 엇갈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작가의 통제를 벗어날정도로 마음을 많이 준 캐릭터일 가능성도있다. 


요컨데 원래 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한지평이었다면? 그런데 극적인 흐름에 맞지 않아서 수정하다보니 남도산이 나타난거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필자가 묻고 싶은 말은 이거다. “솔직히 말해봐요. 남주 한지평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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