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범이가 싫어요.

by 림림

‘폭싹 속았수다’에는 정말 많은 캐릭터들이 나온다. 많은 인물들이 실제 인물들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여러 군상들 속에서 정말 싫은 캐릭터가 있었는데 금명이의 전남친 영범이었다.


영범을 굉장히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나는 정말 조금도 영범이 안타깝지 않았다. 왜냐면 영범이 선택한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영범이 어머니한테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백번 이해한다. 알이 새의 세계이듯이 영범에게는 어머니가 세계였을 것이다.


그런데 금명이는 그 세계 밖에 있는 존재다. 영범이는 금명이가 그 세계 안에서 모든 것을 맞추기 바란다. 그 지점에서 조금도 염치가 없는 인간이라는 게 느껴졌다. 마지막에 금명이와 영범이 어머니가 대립하는 장면에서 영범이는 소리를 지르면서도 한번도 둘 사이에 끼어들지 않는다.


세계를 깨고 나갈 의지가 조금도 없는 것이다. 1년 동안 금명이에게 질척거리면서도 어머니를 정리할 생각은 안 한다. 그런게 나는 정말 파렴치한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영범이를 불쌍하게 보겠지만 그는 자신의 선택으로 불행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영범이가 금명이를 그렇게 사랑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감정은 얼마나 강렬하게 느끼는지가 중요한게 아니다. 얼마나 포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금명이와 함께 하기 위해서 그는 무엇을 포기했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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