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연락도 왔다.
헤어진 전 남자 친구의 택배가 우리 집으로 왔다.
택배는 일주일 동안 우리 집 현관 앞에 거슬리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나는 이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내버려 뒀다.
2년이나 사귀었지만 나는 전 남자 친구의 집을 알지 못한다.
기숙사.. 사옥과 비슷한 곳에 살기 때문에 정확히 몇 호에 사는지 알지 못했으며
사실 알았어도 내가 굳이 내려가서 택배 부치진 않았을 것 같다.
게다가 우리는 겹지인도 꽤나 있어서
지인들한테 물어보면 본인이나 지인들이 대신 가져가줄 수 있는 건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딱 1주일이 지난날
연락이 왔다.
잘 지내냐는 게 첫마디였다.
잘 못 지냈었는데, 지금은 브랜드 준비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그냥 "웅"만 찍어 보냈다.
그는 이제 내 사람도 아니고 내 일거수일투족을 알 권리가 없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바로 다음 나는 택배 때문에 연락한 건지 물어봤다.
맞다고 했다.
왜 말 안 해줬냐는 게 그다음 말이었다.
아 너 이런 사람이었지.
문득 기억이 난다.
내 탓, 내 책임이 가득한 연애로 느껴졌던 이유
네가 알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답장을 보냈다.
물론 이게 누군가에겐 장난이고 농담일 수 있다.
내가 지나치게 진지한 걸 수도 있지만,
난 헤어진 사이에 다시 연락하는 게 달갑지 않다.
택배를 본 날,
그 하나 때문에 나는 2~3일 동안 잠을 잘 못 잤고
지금 그 카톡이 왔을 때도 어지러워서 세면대를 붙잡았다.
한창 내 일이 잘 되어가는데 이렇게 나를 괴롭히는 게 싫다.
툭툭 날 건들듯이
내 반응을 보듯이 톡 하는 게 짜증 난다.
주말에 시간 괜찮으면 보자는 말에
거절하지 못했다.
친구들은 보지 말라고 했고
나는 자존심 때문에 보는 거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사실, 나는 그 전주까지 서로 사랑한다 말하다가
다투던 도중 헤어져서
마음의 준비 없이 이별을 겪어야만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제대로 된 정리를
1년 반 그 이상의 시간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다.
어쩌면 이것 조차 미련일 수도 있다.
오늘 내 손톱을 보던 중
양손 다섯 손가락 전부에 가로줄이 생긴 걸 발견했다.
이걸 보스선이라고 한다고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 영양부족이나 큰 수술을 했을 때
몸이 손톱 따위에 줄 영양은 없다 판단해서 성장을 멈추고 생기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3분의 2 지점에 생겨있었다.
놀랍게도 손톱이 자라는 시간을 계산했을 때 약 4개월 즉...
정확히 헤어진 시기와 비슷하다.
그 정도로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아팠구나,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영향을 받는구나..
내가 흔들릴 경우의 수
붙잡을 경우 혹은 내가 붙잡고 싶어지는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봤다.
하지만 그가 울면서 날 붙잡고 무언가 바꿔나간다고 말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것 같다.
바뀔 수 없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상황도, 바꿀 수 없는 상황이니까.
부모님을 바꿀 것도 아니고, 더 먼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니까.
내 눈앞에 바쁜 일과들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
그저 오늘은 그의 택배와 잔류된 감정을 씻고 와야겠다.
다시는 내 손톱에 줄이 생기지 않게,,
너는 나에게 그런 아픔자국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