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이미 예견된 미래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

by BzyJun

코딩이나 작업을 할 때

잠깐 멈춰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코드를 실행하거나 배포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몇 분 같은 시간.


손은 쉴 수 있지만

다른 일을 하자니 애매한 틈.

그럴 때 나는 종종 ‘기묘한밤’처럼

조용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튜브 채널을 켠다.


그날도 무심코 하나를 틀었다가

생각보다 오래 보게 된 영상이 있었다.

사명대사의 예언을 다룬 이야기였다.


사명대사는

“나라에 세 번의 큰 난이 있을 것이고,

그 뒤 400년쯤 지나 국운이 트일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후대 해석에 따르면

그 세 번의 난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 전쟁으로 보며

임진왜란을 기준으로 보면

1990년대 전후로 나라의 운이 풀릴 거라는 해석도 있다.


돌아보면

6·25 전쟁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자리를 넓혀온 흐름과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어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영상엔 이런 말도 전해졌다.

“나라의 운은 400년 뒤부터 트일 것이니…

이상하구나, 그 이후가 보이지 않으니

하늘의 기운이란 알 수가 없구나.”


예언이 멈춘 지점.

정확히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조심스러운 언급.

그 불확실함이 오히려 여운처럼 남았다.



이어 자동 재생된 영상에서는

탄허스님의 예언이 소개됐다.

그 이름을 나는 처음 들었다.


영상에서는

6·25 전쟁, 5·16 군사정변, 베트남 전쟁,

이상 기온, 한반도 지형 변화,

대한민국 문화강국, 심지어 통일의 시기까지

탄허스님이 남겼다는 말들이 차분히 정리되어 있었다.


놀라웠다.

예언이라는 단어가 주는 환상보다

그 시절에 그런 통찰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크게 다가왔다.


자연스레

‘탄허스님은 어떤 분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검색을 하다

문광스님이라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탄허스님의 사상을 오랫동안 연구하신 분으로,

<탄허 택성의 사교 회통 사상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이다.


문광스님의 법문 영상에서는

말씀이 막힘 없고,

어려운 내용도 또렷하게 전해졌다.

한문을 자유롭게 써가며,

자신만의 언어로 설명을 이어가시는 모습이

깊은 수행을 오랫동안 이어온 사람 같았다.


그 말씀 속에서

탄허스님의 예언 몇 가지가 짧게 소개되었다.


“에베레스트가 녹을 것이다.”

“한국은 저출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지금 들어도 놀랍지만

그 시절엔 더더욱 믿기 어려웠을 말들.

그런데 지금 현실과 겹쳐지면서

묘한 설득력으로 다가왔다.


여담처럼 전해진 이야기도 있었다.

처음엔 탄허스님의 말을 흘려들었던 다큐 PD가,

그 말들이 현실이 되자

“그때 진지하게 받아들였더라면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엄청난 다큐를 만들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뒤늦은 아쉬움을 털어놓았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들으며

예언이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허무맹랑한 말이 아니라,

세상을 깊이 들여다본 사람이

자신만의 언어로 남긴 해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하지만 문광스님의 말씀은

예언에 머물지 않았다.

그보다 중심에 있었던 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수행의 태도였다.


예언은 그 속을 흐르는 작은 예시일 뿐,

법문 전체가 전하고 있던 건 훨씬 더 근본적인 이야기였다.


나는 분명 무언가를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크게 남은 건

미처 몰랐던 관점을 처음 마주쳤다는 사실이었다.


믿고 말고를 떠나,

세상을 보는 눈이

아주 조금 넓어진 것 같다.




그 비석은 가끔, 땀을 흘린다고 했다


210094_221457_154.jpg [땀 흘리는 비석 표충비가 모셔진 표충비각] 출처 : 불교신문(http://www.ibulgyo.com)


위 본문에는 흐름상 넣지 않았지만,

사명대사 영상에는

‘표충비’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등장했었다.


표충비는 경남 밀양에 있는 사찰,

‘표충사’에 세워진 비석이다.

나라를 위해 힘쓴 사명대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비석에는

조금 신기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나라에 큰일이 생기기 전에

이 비석에서 물방울이 맺히는 일이 있었다는 것.


사람들은 그런 현상을

‘비석이 땀을 흘린다’고 표현했다.


201801291565324565_1.jpg [땀을 흘리고 있는 표충비] 출처 : 한국일보(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1291565324565)


실제로도 몇몇 사건을 앞두고

이런 현상이 관찰된 적이 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를 며칠 앞둔 날,

한 스님이 새벽 기도를 마치고 나가 보니

비석에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고 한다.

또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앞두고도

같은 일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기온 변화나 이슬일 수 있다는 설명도 있지만,

시기와 겹치는 이상한 우연이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는다.


그저 돌 하나일 뿐인데

어쩐지 오래된 마음이 깃든 것 같고,

그 마음이 지금도

무언가를 조용히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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