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충분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군대에 있을 땐 아침 6시 30분이면 무조건 일어나야 했다.
겨울엔 해가 늦게 뜨기 때문에 7시까지 잘 수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계절에 맞춘, 정해진 또 하나의 시간표였을 뿐이었다.
하루 종일 훈련이나 작업을 하고, 밤 10시에 취침.
그렇게 계산하면 8시간 반쯤 자는 거니까
겉보기엔 충분해 보였지만,
육체적으로 고된 하루하루를 버티기엔 늘 모자랐다.
게다가 2~3일에 한 번은 불침번을 서야 했고,
그때마다 1시간 이상은 더 깎였다.
지친 하루가 끝나고누우면
나는 항상 5분 안에 잠들었고,
깨어 있는 시간엔 늘
"조금만 누웠으면 좋겠다"
"쉴 틈 없이 왜 이렇게 바쁜 걸까"
그런 생각을 달고 살았다.
전역하고 시간이 흘렀다.
직장까지 그만둔 이제는 마음껏 잘 수 있다.
졸리면 자고, 안 졸리면 안 잔다.
자유롭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밤낮이 자꾸 뒤바뀐다.
일찍 자야 하는 날이면 도무지 잠이 오질 않고,
"이젠 바르게 살아보자" 다짐해도
며칠 지나면 다시 새벽에 깨어 있다.
그러다 문득,
군대에서의 그 규칙적인 생활이 떠올랐다.
그땐 자유를 꿈꿨고,
지금은 규칙을 그리워한다.
잠을 원하는 만큼 자면
삶이 더 편할 줄 알았는데
어쩐지 더 흐트러지기만 한다.
이젠 일찍 자려면, 먼저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걸 안다.
잘 자려면 낮에 덜 자야 하고,
밤에 피곤하려면 낮을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도.
현재 환경은 군대보다야 훨씬 낫다.
그땐 원하지 않아도 불침번을 서야 했고,
몸을 혹사하는 날들이 이어졌으니까.
그땐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그 안에도 리듬이 있었다.
세상일은 다 그렇다.
힘들었던 때가 나중엔 그립기도 하고,
마음껏 누리는 지금이
꼭 자유롭지만은 않다.
그러고 보면,
새옹지마라는 말,
그리 틀리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