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는 선의 예술
‘선화(禪畫)’.
말 그대로, 선(禪)의 정신을 담은 그림이다.
혹은 ‘선서화’라 불리기도 한다.
글씨(書)와 그림(畵)을 함께 하되,
그 안에 교리나 지식을 설명하지 않는다.
불교에서 선화는 수행의 일부다.
화려한 구도나 기법보다
그리는 이의 마음 상태가 중요하다.
한 줄의 선, 하나의 원,
단순한 붓질 속에
그 순간의 호흡과 기운이 담긴다.
이러한 선화를
수십 년째 그려온 한 스님이 있다.
경남 남해 망운산,
그 정상 부근에 망운사가 있고
그곳에서 붓과 먹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성각스님이다.
스님은 40년 넘게 선화를 그려왔고,
2013년, 선화 분야에서
전국 최초로 부산시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스님이 선화를 통해 전하고자 한 건
기법이나 형식이 아니라
마음과 수행이었다.
스님은 말한다.
“선화는 깨달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의 결과로 나오는 그림입니다.”
그리고 덧붙인다.
“그냥 그린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수행과 공부가 함께 가야 하고,
비워낼수록 그림이 더 깊어집니다.”
그래서 선화를 그릴 때는
먼저 마음을 비우고,
호흡을 고른 뒤에야
비로소 붓을 든다.
그런 마음으로 그려낸 그림 중 하나가
‘억겁의 미소’다.
스님의 대표작인 이 그림에는
둥근 원 안에 해맑게 웃는 동자승이 담겨 있다.
그림을 완성한 날,
스님은 큰 환희심에 밤새 울었다고 했다.
그만큼 마음이 깊이 담긴 그림이었다.
스님의 그림은
절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제주 교도소 ‘가온길’ 같은 공간에도 전시되었다.
그림 앞에 선 수용자들은
마음을 멈추고, 스스로를 돌아보았다고 한다.
감흥을 느끼고, 반성하거나 다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에게 조용한 울림을 남겼다.
스님은 그런 반응을
그림이 전한 마음의 결과라고 말한다.
선화는 설명보다,
감상을 통해 스스로가 느껴야 하는 그림이라 했다.
그래서 선화는
단순히 그려내는 기술이 아니라,
삶과 수행의 깊이가 쌓인 자리에서
저절로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선화를 처음 마주했을 때,
단순했지만 완벽하다고 느꼈다.
형태도, 여백도,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어 보였다.
이런 느낌은 쉽게 오는 게 아니다.
선화에 대해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직접 본 적도 없다.
그런데도 그 이후로
문득문득 떠오른다.
당신에게도
단번에 끌린 무언가가 있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