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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Oct 02. 2023

백화점 C 양 체험판_14

14화_ 백화점 직원들이 고객 몰래 하는 짓-2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14화_ 백화점 직원들이 고객 몰래 하는 짓-2


서비스직의 사람들을 감정노동자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모든 인간관계도 감정을 기반으로 하기에 그것도 하나의 감정노동이라고 느낄 때가 있지 않으신가요?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실망하고 아파하고 힘들다가도, 그저 지나는 사람에게 큰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오늘은 또 어떤 고객님을 만나 아프다가 다시 치유받게 될까요? 오늘도 같이 출근해요.


오늘은 직원들의 그루밍부터, 마음가짐까지 알아보는 백화점 직원들이 준비하는 것들의 마지막 회차예요.

가볼까요?


6. 컨디션이 도저히 안 따라준다면

백화점 직원들이 매일 서있고, 고객님들과 생글생글 웃으며 일하다 보면 저희도 사람인지라 많이 지쳐요. 그럴 때마다 휴식시간에 무얼 하냐면요,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거나, 흡연실에서 흡연을 하거나, 다른 매장 직원들끼리 야외 벤치에서 커피를 한잔 하며 담소를 나누거나 하는데요. 저는 주로 휴게실로 바로 달려갑니다.

점마다 차이가 있지만 저희 지점은 휴게실이 수면실처럼 꾸며져 있어요. 큰 공간에 소파가 여러 대가 나열되어 있고 불도 어두침침해서 직원들이 담요를 들고 다니며 휴게실에서 담요를 덮고 짧은 쪽잠을 청하고 체력을 회복한 뒤 매장으로 복귀합니다. 정신이 맑아야 고객님께 더 진실한 웃음으로 응대할 수 있을 테니까요.


7. 머리는 깔끔하고 단정하게

머리 색상은 어두운 레벨의 (규정으로 레벨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 또한 브랜드별로 상이. ) 염색모입니다.

단정하게 머리를 내려서 묶어야 하고,  어깨에 닿지 않는 단발머리만 풀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아무래도 고객님과 직접 대면하고 제품을 홍보하는 사람들이어서 아무래도 그루밍적인 내용들이 많은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8. 향수 매장이니만큼 향기롭게

출처 픽사베이

매장에 내점 고객들이 많아서 시향을 여러 번 해서 향이 남는 경우도 있지만, 아침에 오픈 시간대에 매장 주위에 향수를 듬뿍 뿌려둡니다.

백화점 1층에 향수 매장이 있는 이유는 고객들이 백화점으로 들어왔을 때 좋은 향기로 이 백화점의 이미지를 크게 결정짓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향수가 백화점에 입점되길 바랐던 영업사원이 백화점 입구에 고의로 향수병을 깨뜨려서 그 브랜드를 입점시켰다는 어느 영특한 세일즈 맨의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브랜드의 향이 계속해서 나면 고객들의 머릿속에는 "이 브랜드의 시그니쳐 향!"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또, 지나시다가 자연스럽게 "향 좋은데?"하고 매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9. 고객의 시선과 눈이 닿는 모든 부분은 수시로 청결하게

매장 청소는 기본이고요, 메이크업 브랜드들은 립스틱이나 파운데이션 등 입술이나 도구가 직접 닿는 부분을 수시로 잘라내고 닦아내며, 퍼프는 항상 새 걸로 구비해 두고, 항상 제품 사이사이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브러시로 청소하고, 고객님이 직접 손에 쥐고 테스트해 보시는 향수의 바틀을 늘 깨끗이 닦고 노즐 부분에 향수가 새거나 다른 향과 섞여 시향에 혼동되지 않도록 면장갑과 은세척제 등으로 항상 깨끗이 닦아냅니다.

저희 매장 같은 경우는 열기나 빛에 민감한 향수 파트이기 때문에, 수시로 열기가 나는 집기를 점검하고, 변향되지 않았는지, 주스(향수 용액)의 색이 변하지 않았는지 민감하게 체크합니다.


10. 상냥한 눈인사 장착하기

고객이 멀리서부터 눈을 맞추며 매장을 방문하시는 경우나, 지나가시면서 제품을 훑어보시는 경우가 있기에 늘 먼저 다가가 "환영합니다. 고객님" 맞이 인사합니다. 이 멘트가 나오기 전에 눈인사가 선행됩니다.

간혹 가다 부담스러우셔서 도망가시는 분들도 있으신데, 부담스러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건 구매하시라는 강요가 절대 아니니까요.


<오늘의 퇴근길>

백화점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내가 손님일 때와 다르게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게 되고,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 신경 쓰이게 된 것이 많습니다.

간혹 직원들이 급하게 고객 엘리베이터를 타야 할 때, 고객 화장실을 직원이 사용해서 고객들이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컴플레인이 들어올 때, 피치 못한 사정으로 영업시간 내에 택배 업무를 볼 때 고객이 보는 곳에서 택배를 나르는 행위가 깔끔하지 못하다며 핀잔을 들을 때 등.... 유니폼을 벗으면 고객이고, 유니폼을 입고 명찰을 다는 순간 직원인 저희는 두 가지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본사와 백화점 측 양쪽의 눈치를 다 봐야 하는 저희들은 그 간격을 조정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의 종착점은 늘 모호한 마무리였던 것 같아요.

매장에 고객이 없어도 앉지 못하는 올스탠드 형식 응대, 굽 높은 구두 착용의 필수, 빨간 립스틱, 망사 머리망, 불편하고 꼭 끼는 짧은 치마 유니폼 등 요즘엔 정말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지만, 아직은 부족한 면이 적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직원이 매장에서 고객 응대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직원은 무거운 제품 택배를 실어 나르기도, 포스로 가기 위해 높은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올라가기도, 높은 곳의 물건을 올리거나 내리기도, 비상시에 고객들을 대피시키기도 해야 하니까요.

고객과 직원과 회사와의 협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은 사내에서 부단히 실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면들이 많고, 가야 할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좀 더 현장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환경이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금은 추석 연휴 기간인데요, 저희는 고객님들이 추석 선물을 더 여유롭게 보시라고 평일에도 30분 늦게 닫는 (8:30 PM 폐점) 연장 근무를 시행하는 주입니다.

설레는 이 주에는 직원들은 연장 근무를 하지만, 다행히도 한 달에 하루뿐인 정기휴무는 특별히 이틀로 늘어 직원들에게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시간이 생깁니다.

지하철이나 거리에는 묘한 설렘이 느껴지고,  아파트 단지에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평소보다 유독 늘어나는 날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과의 거리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주였어요.  가족들이 좋은 날 옹기종기 모여 괜히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보고 싶었던 친척들을 보게 되어 감사한 사람도, 그저 쉬고 싶은 사람도, 모두 보았어요.

백화점에서 늘 만나는 저 직원들도 다 같이 쉬는 정기휴무 이틀만큼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활짝 웃고 있겠죠?

 

소중한 시간은 지나면 희미해져 버릴 순 있겠지만, 그때의 감정만큼은 마음 한 구석에 영원히 남아 어느 순간 문득 떠올랐을 때 다시금 생생해지는 신기한 경험을 남깁니다. 그 공간들을 찬란하고 빛나게 채워가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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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님들이 많이 걱정해 주십니다. 다리 아프지 않냐고, 근무시간이 길어서 저녁 없는 삶이 힘들진 않냐고.

고객님들과 얘기하는 저 직원들은 항상 여러분들의 곁에 있지만, 저희 나름대로 삶을 잘 챙기며 일하고 있으니,  많이 걱정 마세요! 저희를 걱정해 주시는 말들은 늘 뭉클하며 많은 위로를 받습니다.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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