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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Jan 01. 2024

백화점 C 양 체험판_27

27화_백화점의 작은 콘서트 비긴어게인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백화점 c 양입니다.

어쩌다 보니 1월 1일 새해에 찾아뵐 수 있게 되었네요. 새해 소원 잘 비셨나요?

행사도 많았고 모델로써의 큰 쇼도 마무리되어 이번주는 비교적 여유롭습니다.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고 잠도 푹 잘 수 있게 되었어요.

그런데 저에게 가장 큰 휴가가 찾아왔습니다.

사실 좋은 의미의 휴가는 아니지만, 오랜 병이었던 허리디스크가 터져서 한 달간 백화점 일은 병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글은 계속 업로드됩니다!


27화_백화점의 작은 콘서트 비긴어게인


그날은 좀 더운 여름날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데스크에 손 선풍기를 숨겨두고 고객들 몰래몰래 바람을 쐬고 있었던 게 기억이 나거든요.

저희 매장은 정문과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정문에서 들어오는 뜨거운 바람을 느끼며 답답해하고 있었어요.

매장 쪽을 한참을 보시던 고객은 말을 걸기엔 애매한 위치에서 계속해서 저를 주시하셨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다가도 과한 응대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라 일단은 지켜봅니다.


친구분인지 누구신지 일행을 기다리셨나 봐요.

하나에서 둘이 된 그분들은 주섬주섬 가방에서 무언가 꺼내기 시작합니다.


그분들이 꺼낸 것은 바로 바이올린.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이상함을 느끼진 않았고 그냥 “바이올린이네.” 했습니다.

입시 시절 지겹게 보았던 악기들이지만, 오랜만에 보는 악기라 괜스레 눈길이 자꾸 갔던 것 같습니다.


튜닝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때부터 저는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어요. 백화점에서 울리는 바이올린 줄 맞추는 소리에 고객이고 직원이고 할 것 없이 저희 매장 쪽으로 시선이 들어왔기 때문인데요,

그러다 곧 음악이 연주됩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어요. 가끔 알고리즘으로 찾아온 영상 중에 일반인 상대로 실험카메라를 하는 채널들이 많아 혹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기도 했어요.

투 바이올린의 환상적인 연주에

‘아 저분은 전공자다, 소리가 딱 들어도 전공자다!‘

따위의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사람들이 쳐다보니 저도 덩덜아 그쪽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한 5분 정도의 연주가 끝이 나고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보던 고객들도 발걸음을 하나씩 자연스럽게 옮겼습니다.

끝까지 이게 뭘까 생각했지만

다름 아닌 바이올린 당근거래 현장이었습니다.


악기테스트를 백화점 안에서 하신 거였어요. 날이 더워서 밖에서 할 수 없었던 건지, 백화점 정문에서 만나자고 하기 딱 좋은 위치이기도 했기 때문이겠죠?


더위에 지친 저에게 그 5분의 시간은 업무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저만의 작은 비긴어게인이었습니다.


<오늘의 퇴근길>


음악 좋아하시나요?

어린 시절 저에게 음악은 유일한 놀이이자 낙이었는데요,

3-4분 남짓한 그 음악이 흐르는 동안 온 세상이 제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지나온 시간들은 나중에 그 음악을 들었을 때 똑같은 장소와 기분으로 저를 데려다줍니다.

여러분들에게도 기억 속 깊이 묻어있는 음악이 있나요?


어릴 적 아빠의 차 안에서 전국을 여행 다니며 듣던 음악, 처음 선물 받은 MP3를 가득 채웠던 음악 등.

저는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하교 후 이어폰을 꽂고 동네 뒤편 강가에 혼자 놀러 갔던 날들이 생생합니다.

음악은 그때의 공간과 그때의 내 모습, 그때의 내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떠오르게 하는 걸 보면 향수와 굉장히 비슷한 점이 많은데요,

이런 걸 <프루스트 효과>라고 합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대하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유래한 프루스트 현상은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합니다.

그것과 같이 5가지 감각으로 향 표현이 가능한데,

이토록 향수와 음악은 비슷한 감각으로 생각보다 우리 안에 깊게 들어와 있습니다.

좋은 기억만 남길 기대하는 건 너무 큰 욕심일까요?



힘들고 슬픈 시간을 거닐고 있을 때 우연히 들려온 노래 한 소절에 마음이 금세 잔잔해질 수 있길.
어느 지친 날 우연히 느껴진 엄마의 향수 냄새에 다시금 사랑이 샘솟을 수 있는
부드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생각보다 더 잦은 행복에 갸우뚱하는 24년 되세요.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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