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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Jan 08. 2024

백화점 C 양 체험판_28

28화 백화점 매장에서의 노쇼 이슈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따끈한 일주차 백수 C 양입니다. 일단 말은 번지르르하지만 허리가 아파 누워있는 것조차 아픈 상태라 마냥 행복하지 않은 게 흠입니다.

쉰다니까 몸이 마음 놓고 아픈 것인지, ‘도대체 이 통증으로 어떻게 일을 했지?’ 란 의문 속에서 살고 있어요.

밥을 먹다가 허리가 아파 잠시 누웠는데 잠들어버려서 본의 아니게 밥을 두 시간 동안 먹는 일이 잦아졌고,

먹고 눕는 것 이외엔 하지 않아 하루가 다르게 살이 찜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여러분들은 아프지 마시고 행복하세요 부디!


오늘도 저와 함께 (출근 …! 말고) 타임머신 타고 날아가 봅시다.


28화 백화점 매장에서의 노쇼 이슈


20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젊은 부부 고객님.

양손 가득 명품 쇼핑백을 바리바리 든 것도 모자라 쌍둥이를 태운 유모자를 끌고 힘겹게 매장을 돌고 계십니다.

보이는 매장마다 들어가는 건지, 아니면 보이는 것마다 다 사야 하는 물건인 건지 저 멀리서부터 요란스러움을 한껏 풍기고 있어요.

1대 1 전담 VIP 응대 중인 직원들이 눈치 보며 고객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호응하기 바쁩니다.


저희 매장도 오시겠지요? 저 멀리부터 풍기는 바쁨의 포스에 저마저도 마음이 조급해졌어요.

빨리 이 고객이 원하는 바를 캐치해서 일사천리로 일을 끝내야 해요.


고객은 저의 응대에 지쳐 결국 듣는 둥 마는 둥 했고,

구매 고객이 아니라 판단되었지만, 언제 들어도 반가운 고객의 “주세요” 소리는 오늘도 저를 매출 압박에서 벗어나게 해 줍니다.


그제야 고객의 무거운 짐을 테이블 위로 올리고, 소파에 앉게 되었어요.

고객을 앉힌 후 후응대를 하며 저는 고객의 이모저모 이야기를 듣습니다.

선물을 하는 본인들은 누구이며, 무슨 일을 하고, 선물을 받는 이들은 무슨 일을 하며, 어떤 행사로 이 선물을 구매하는지 까지.

얼굴도 모르는 고객님들의 이야기들은 재미난 소재로 떠올라요.

웃는 얼굴이 유독 사랑스러운 이 부부가 행복한 시간들 속에서 사람들과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괜히 포근해진 마음에 제 말투도 덩달아 설렘이 묻어납니다.


고객이 원한 수량은 시리즈별로 각 3개씩 도합 20개가 조금 덜 되는 수량이지만,

오픈 고객의 매출이 이 정도라니! 저는 오늘 장사 안 하고 퇴근해도 아~무도 뭐라 못할 정도라 고객님 몰래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선물 포장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앞쪽에서 열심히 수다를 떠시던 부부는 상품권을 사용하겠다며 상품권 행사 내용을 요리조리 묻고는

상품권 센터에 다녀오겠다 하며 매장을 벗어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통 그 고객이 보이지 않네요.

지하까지 내려가야 하는 상품권 데스크를 가시다가 시장하셨나, 쇼핑을 하시나 하며

예쁘게 포장된 제품들은 처량하게 구석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고,

오전 시간의 첫 개시의 설렘은 온데간데없고, 해는 마감 시간을 향해 가서 어두워졌습니다.

결국 그렇게 마감이 되었고, 고객은 오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포장을 전부 제거하지 못하고 며칠을 기다렸지만 그 고객은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며칠 후, 그 부부가 가벼운 몸으로 매장을 도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번 볼 때마다 쇼핑백이 줄어들었는데,

나중에 화장실에서 마주친 직원의 말로는

그 고객은 일부러 한 번에 결제하고, 고의로 한 번에 취소하는 궂은 장난을 치는 부부였습니다.

저희 매장은 처음이라 이 매장에서 오래 있었던 저인데도 그걸 알아채지 못했고,

그 고객님들의 은밀한 장난을 아는 직원들은 판매를 우회하거나, 어쩔 수 없이 매출과 취소를 반복한다 했습니다.

저에게는 결제를 하고 가진 않았지만, 다른 매장에서는 결제까지 하고 전체 취소를 하신다 하니, 다른 매장 입장에서는 애가 탈 뿐이었습니다.



<오늘의 퇴근길>


이미 벌어진 어떤 일에 대하여 자신이 없거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던 적 있으신가요?

정말 이럴 때마다 “도망가고 싶다”, 혹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다 “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저도 정말 도망가고 싶었던 때가 많았어요.

어릴 적 열심히 준비하지 못해 완벽하지 못한 상태로 대담한 척 발표를 해야 하는 순간,

시험 직전 까지도 완벽하게 외우지 못한 본문,

가사를 다 숙지하지 못한 채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 무대들,

악기 연습을 열심히 하지 않았고, 한 소절만 들어도 나의 연습량을 귀신같이 알아채시는 호랑이 선생님과의 긴장되는 테스트.  

이런 무책임하고 어이없는 행동을 한 저는 일을 모두 망쳤고, 나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한 일들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지만,

이런 저는 결국 어른이 되어서도,

회사에 노쇼하고 싶다! 공부 노쇼하고 싶다! 등등 많은 노쇼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합니다. (하지만 아직 시도 못해봤어요.)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런 웃기고 어이없는 상황 속에서 그냥 부딪히기 참 잘했다. 부끄럽게 깨져도 그 과정이 있어서 알 수 있었다.라는 생각에 저를 더 노력하게 하고,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 아빠가 해주신 말씀들 중에 “직접 겪어봐야 알아~“라는 말은 이런 바보 같은 저를 두고 하신 말씀이었을까요?


부딪히길 참 잘했다.
앞으로도 많이 부딪히고 깨지고 다쳐서 멋진 만신창이가 되어야지.


이런 만신창이인 나 왠지 멋있잖아?

여러분들은 어떤 것을 가장 노쇼하고 싶으셨나요?


몇 년 전, 유명 셰프가 쏘아 올린 요식업계의 노쇼 현황에 대한 발언이 굉장한 이슈가 되었습니다.

노쇼는 한순간의 가벼운 행동이지만,

그 한순간만을 빛내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과, 애정을 한순간에 쓸모없는 행위로 만들어버리는 행위입니다.

부디 노쇼가 많이 줄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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