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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양 Jan 15. 2024

백화점 C 양 체험판_29

29화 고객은 고객을 낳지만 돈은 돈을 낳지 않는다.

-본문은 이해를 돕기 위한 약간의, 아-주 약간의 픽션이 들어간 faction이며 구독자 분들의 흥미를 얻기 위해 없었던 일을 꾸며내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날이 많이 추웠고, 아무 생각 없이 나선 거리에서 눈이 펑펑 내려 당황할 순간도 모자라게 머리 위로 눈이 쌓인 적도 있었던 주였습니다.

저는 격일로 병원을 드나들며 디스크 치료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어느덧 백수 된 지 3주 차가 되어가고 있어요. 회사 다닐 땐 몰랐던 이 빠른 시간이 야속할 뿐이에요.

오늘도 백화점 스토리 하나 들려드릴게요. 저와 함께 가시죠!


29화 고객은 고객을 낳지만 돈은 돈을 낳지 않는다.


그냥 수다가 많으신 짧은 머리를 굵은 롯트로 말아 올리신 고객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오시면 꽤나 지루한 평일의 매장을 이야기 꽃으로 밝혀주셨던 그 고객님은 친구분들 얘기를 종종 했습니다.


"저번에 내가 산거 이거 이거~ 내가 이거 사고 나서 이것만 뿌리잖아. 내 친구도 마음에 든다고 해서 그 친구도 하나 사줘야겠어. 내 주위 사람들이 다 좋다고 했어 아주 인기 쟁이가 됐잖아 아주."


정겨운 목소리톤과 조금은 빠른듯한 말투가 경쾌했고,

평소 말 주변이 없고 말이 느린 저에게는 조금 버거운 말들이지만 기분 좋은 어투임은 틀림없이 알아들었습니다.

매번 그 고객님이 지나고 간 자리에는 수다들이 수북했고, 다행히도 그 고객이 계실 때는 한가한 때라 매번 수다의 현장에 있었습니다.


며칠 뒤, 낯익은 고객님의 얼굴과 친구분으로 보이시는 분이 매장으로 들어오십니다.


"자기야 그때 물어본 게 이 향수야. 정말 좋지?"

"그래 이거야~ 내가 이거 향 너무 좋다 했잖아~"

"내가 오늘 백화점 나온 김에 이거 선물로 사줄게~"

"아니야 뭘 선물로 사준다 하고 그래~ 마음만 받을게"


괜히 학교 매점에서 삼각 김밥이나 오징어 다리를 같이 사 먹던 친구와 저의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해 응대하지 않고 편히 말씀 나누실 수 있도록 빠져있습니다.


한사코 거절하시던 고객님은 구매로 이어졌습니다. 우정은 이기지 못했나 봅니다.


기왕 받는 선물, 기분 한껏 더 좋아지시라고 장미꽃까지 꽂아 정성스러운 포장 중에 고객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친구 데리고 왔으니까 소개비 얼마 챙겨줄 거야?"

"아~ 하하 너무 감사해요~"

유쾌한 장난을 더 유쾌하게 받을 말이 생각나지 않아 머쓱하게 웃어넘겼습니다.

"그래 얼마 빼줄 거야?"

이건 장난이 아님을 두 번째 만에 알아챕니다.

"네?"

"내가 친구 데리고 왔잖아. 이 친구가 저번에 내가 말한 그 친구거든."

"아~ 그 친구분이셨구나. 좋아하는 향을 갖게 되셔서 너무 좋으시겠어요."

"응 그래서 소개비는 줘야지 얼마 챙겨줄 거야?"

정말 소개비를 말씀하셨습니다.

"저희가 그런 개념은 없고 고객님도 아시다시피 저희 매장은 노세일 브랜드라 금액 별 혜택이 전혀 없어서 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것은 조금 도와드리기 어렵습니다. 죄송해요~"


0.2초 만에 생각한 대답지 곤 잘 대답한 것 같아요.


"뭐야!! 내가 친구 데리고 온다고 했잖아. 저번에도 말했고 같이 얘기하고 그랬잖아. 그때 얘기한 거 까먹었어? 그때 내가 막 다른 친구도 데리고 온다고 분명히 말했잖아. 그 친구가 이 친구라니까?"


이것은 분명히 같은 얘기를 여러 번 해야 하는 상황임이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한껏 웃는 모습을 유지하며 앵무새 같은 대답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친구분은 계속 난처해하시고, 시간도 너무 많이 흘렀어요. 상황을 마무리 지어야 합니다.

죄송하다는 말로는 마무리 지을 수가 없습니다. 카운터 펀치 나갑니다.


"물론 저도 해드리고 싶죠~ 하지만 없는 걸 만들어 낼 만큼 제가 대단한 직원이 아니어서요~ 근데 고객님만 특별히 보여드릴게요. 사실 제가 가지려고 몰래 숨겨둔 사은이거든요, 그거 한번 보시겠어요?"


창고에서 주섬주섬 파우치와 핸드크림 등 이번 달 사은 행사에 피해 가지 않는 제품으로 들고 나옵니다.

"고객님 이거 너무 예뻐서 회사에 졸라서 제가 쓰려고 빼놓은 거거든요? 특별히 고객님꺼까지 두 개 챙겨드릴게요."

드디어 얼레벌레 상황이 마무리됐습니다.

마무리되는지는 어떻게 아냐고요? 훗, 그런 게 있습니다~ 상황이 종결될 때 고객님들이 꼭 하시는 말씀이 있거든요.


" 언니 그럼 나 샘플 많이 챙겨줘~"

<오늘의 퇴근길>



소개비.

왜인지 소개비라는 말이 저에게는 결혼정보회사에서나 들어볼 것 같은 말이랄까요?

문득 생각했어요.

제 주위 사람에게 저의 다른 좋은 사람을 소개해주면서 '소개비를 받고 싶을 만큼 좋은 친구가 있을까?' 하고요. 게다가 제가 엮어 준 그 둘이 서로에게 시너지가 되어 세상을 뒤흔든다면요?

우연하게 술집에서 마주친 친구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다가 sns주소를 주고받고, 그러다가 절친이 되는 것도 너무 신기하고 기분 좋은 일인데, 소개비를 받고 싶을 만한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일까 싶었습니다.

여러분은 주위에 소개비를 받고 싶을 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가 있나요?

지금 머릿속에 딱 떠오른다면 정말 멋진 인생을 사셨네요!



우리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모두가 나를 미워하지 않지만
모두가 나를 미워하는 것만 같은 날들이 있다.
그런데, 내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날 사랑으로만 안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 마음은 어떠한 크기와 질량으로 나를 안아주는 것일까?
그 마음을 닮아 나도 더 많이 나눠줘야지.
정말 대단하고 놀라운 마음이야. 매번 그 마음에 놀라면서도, 또다시 한번 놀라며. 그 마음을 잃고 싶지 않아 늘 되새기고 나누며 늘 빛나는 시간으로 살아가기.

.

.

.

오늘도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지독한 감기로 힘겨운 밤을 새웠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부디. peace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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