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엄마와의 세계여행, 그 첫 번째 밤

그 밤, 우리는 비로소 런던에 도착했다

by 이연


김해에서 비행기를 탔다.

창밖엔 몽실한 구름들이 따라붙었다.
마치 우리가 가는 길을 조용히 축복해주는 것 같았다.

엄마는 창가에 앉아
하늘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이제 진짜 가는 거야?”


그 말에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부터 여행은 시작되었다.

.

베이징에 도착했을 땐
공항이 생각보다 어수선 했다.
환승 게이트를 찾느라 몇 번을 돌아도
엄마는 조금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길을 잃어도,
엄마는 내 옆에서 조용히 웃고 있었다.
나는 그 미소를 가슴속에 조용히 눌러 담았다.

.

게이트를 찾고 난 후
스타벅스에 앉아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낯선 공항의 차가운 공기 사이,
커피향이 천천히 퍼졌다.

“아, 살아나는 것 같네.
진짜 여행 가는 것 같다.”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하얗게 김이 서리는 컵을 꼭 두 손으로 감쌌다.

.

다시 비행기.

베이징에서 런던까지 13시간.


그 길 위에서
나는 말을 아꼈다.
“물 좀 줄까?”
“불 꺼줄까?”
“배 안 고파?”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그 짧은 문장들이
엄마를 향한 전부였다.
말보다 깊은 배려,
그게 우리 둘 사이의 언어였다.

.

런던에 도착한 건 밤.
히드로 공항의 공기는
생각보다 더 날이 서 있었다.
낯선 나라의 공기엔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섞여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또 걸어서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말없이 주변을 바라보았다.
간판, 조명, 버스 정류장…
모든 게 다르게 생긴 도시.


그 속에서 엄마는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진짜네… 여기 런던이네…”

.

숙소에 도착하자
엄마는 말없이 침대에 몸을 누였다.
나는 조용히 세면대 앞에 서서,
거울을 바라봤다.


세수하고 돌아와
엄마를 바라봤다.


이불 위로 가지런히 놓인 두 손,
잠든 얼굴의 잔잔한 주름.
그리고 입가에 남은
미처 지우지 못한 웃음기.


나는 그 밤,
눈을 떼지 못했다.

.

이게 꿈일까?
아니,
이건 아주 오래된 약속이었다.

어릴 적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이 있다.

“아가,
엄마는 너랑 세계여행을 꼭 가보고 싶어.
엄마는 못 갈 것 같지만…
그래도 바람이 되어서
네 여행길에 함께 불어줄게.”

.

지금,
그 바람은
내 옆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우리는 드디어 도착했다.
엄마의 꿈 안으로.
나의 사랑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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