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런던의 첫 아침, 우리는 집밥을 먹었다.

엄마가 가져온 김치찌개와 계란, 밥과 낯선 공기

by 이연
KakaoTalk_20250602_013120026.jpg



런던의 첫 아침은 조용했다.

창문을 열자, 차가운 공기가 서서히 밀려들어왔다.

햇살은 흐리고, 하늘은 회색빛이었다.

낯선 공기 냄새가 코끝에 닿자,


엄마는 작은 캐리어를 꺼냈다.

“딸, 이거 어젯밤엔 너무 피곤해서 못 데웠는데, 먹자.”

엄마는 김치찌개 밀봉팩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옆에선 즉석밥이 돌고 있었다.
계란 두 알은 후라이펜에 올라가 맛있게 구워지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이곳이 런던인지,
우리집 부엌인지 헷갈릴 뻔했다.

.

김치찌개의 익숙한 냄새가

런던의 부엌 위로 퍼져나갔다.

작은 주방, 커다란 창,

그리고 그 앞에 앉은 엄마.

.

“와, 여기서 김치찌개 냄새 나니까 너무 웃기지 않아?”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밥을 한 숟갈 크게 떠 먹었다.

나는 김이 서린 밥그릇 위에서

엄마가 이 아침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느꼈다.

.

이국의 도시에서,
우리가 처음 먹은 식사는
레스토랑도, 호텔 조식도 아닌
엄마표 김치찌개와 밥, 구운 계란이었다.

.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렇게

“런던의 첫 아침은, 엄마의 손맛이었다.”


KakaoTalk_20250602_013031566.jpg



이전 02화#01. 엄마와의 세계여행, 그 첫 번째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