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되네.
아 진짜, 내일은 늦게 일어날 거라고-!
삿포로역에서 출발해서 비에이와 후라노를 도는 일일 버스투어는 아침 8시, 삿포로역에서 미팅을 한다. 가이드인 나는 그 시간보다 10-20분 정도 일찍 가서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니, 대충 7시 4-50분쯤 삿포로역에 도착을 상정하고 움직인다. 그러면 기상 시간은 보통 오전 6시에서 6시 30분. 그리고 삿포로역에 다시 도착하는 시간은 보통 18시에서 18시 40분 사이. 이걸 거의 매일. 회사를 통해서 처음에 스케줄표를 받고 계산을 때렸을 때, 이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잠이 많은 편이었다. 캡틴 아메리카의 명대사 “아이 캔 두 디스 올 데이.”처럼 정말 하루 종일 잘 수 있을 정도로 잠이 많았다. 그런 내가 아침 6시에 일어난다니! 그리고 5일 연속 투어 가이드? (열심히 인생을 사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적당한 휴식이 있어야 일도 능률 있게 할 수 있다는 지론 때문에 후쿠오카에서 스냅 촬영과 가이드 일을 병행할 때도 하드 한 일정은 지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5일 연속 가이드 일 나가면 목이 버티지 못한다. 하지만 ‘잠이 많다.’는 내용을 과거형으로 적은 것처럼, 나는 체질이 강제적으로 바뀌었다.
아침 6시. 휴대폰의 알람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대지만 일어나기 싫어서 조금 뒤척이다가 지갑의 두께와 책임감을 위해 침대에서 나와 간단히 씻고 준비를 한 뒤, 삿포로역으로 향한다. 걸어가는 길에는 아침 7시에 여는 동네 슈퍼에 들러 나보다 더 빡센 일정을 소화하는 기사님을 위해 음료수를 한 병 사고 30이 넘어가는 나의 건강을 위해 요구르트 하나 사 마신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불태우고, 집에 돌아와서는 다음 날의 투어를 위해 23시쯤에 잔다. 그리고 목 상태가 나빠지는 걸 예방하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목 건강을 위한 가글 약도 하는 중. 이게 요즘 내 루틴이다.
솔직히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고가 한 번쯤 터질 거라고 생각했다. 5일 연속 + 거의 매일 하드 한 일정으로 가이드 일을 나가면 투어가 망하거나, 내가 망가지거나 둘 중 하나일 줄 알았는데 그런 일 없이 나는 맥북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이제는 알람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지고, 잠이 안 오던 23시는 (피곤해서겠지만) 22시 30분만 되어도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변화와 적응. 환경이 바뀌면서 그에 따라 나도 바뀌고, 거기에 적응을 하는 삶. 천적으로부터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 환경에 따라 색이 바뀌는 카멜레온처럼, 나도 일상의 안녕을 건강 악화나 일적인 트러블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변했다.
본의 아니게 일찍 일어남으로써 매해 목표 중의 하나였던 미라클 모닝을 실현하고 있지만, 더 자고 싶은 휴일에도 눈이 떠져서 문제다. 간만의 휴일에 늦잠을 자겠다고 마음을 먹어도 기어코 눈이 떠지면서 다시 잠들지 못한 채 침대에서 나와 베란다의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이 글도 그렇게 적게 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