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디 아프거나 한 건 아니지만, 주말 내내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었다. 등이 아프면 돌아눕고, 팔이 저리면 다시 하늘을 보고 눕고. 몸은 편하게 있지만 머리는 복잡했다. ‘사진의 즐거움’에 의심이 생기고 나서부터, 내가 정말 뭘 하면 즐거운지, 뭘 하면 좋은지 요 몇 달 동안 계속 고민을 이어 나가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책도 읽어보고, 기분도 전환할 겸 만화도 읽어보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다.
그렇게 계속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이전 직장 상사와 오랜 친구에게 반가운 연락이 왔다. 간단한 안부 인사와 근황 토크를 나누니, 그들의 머릿속에 나는 아직 무언가를 즐겁게 하는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은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원활한 인간관계와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웃어넘기며 전화를 이어갔다.
저녁 20시. 전화를 끊고, 밥을 먹기 전, 우선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욕실에 들어섰다. 옷을 벗으니 초여름 치고 싸늘한 공기가 닭살을 만든다. 샤워실에 있는 작은 거울을 물을 뿌려 닦아봤다. 파마를 풀어서 차분해진 머리와 숱이 많지 않아 군데군데가 휑한 턱수염. 어느 순간부터 보이게 된 균형이 맞지 않는 어깨와 빈약한 몸을 가진 내가 있었다. 뭐 하는 놈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