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얻었다
일 년을 살지
일 년을 채 못 살지 몰라
어떤 짐은 이사 온 날 내린 그 자리
끈도 풀지 않고 먼지를 옷처럼 입었다
집을 온기로 채우지 말아야지
흔적은 남지만 추억을 저장하지 말아야지
거리를 두었는데
정을 주지 않아도 잠이 잘 들었고
창으로 들어오는 빛은 아침 커피를 맛있게 해 주었다
소문이 무성했던 존재도 알고 보니
좋은을 가진 사람인 걸 알았을 때
꽁꽁 싸맸던 마음의 담이 허물어지고
따뜻한 온기가 들어와
울어야 보이는 거였구나
그게 나를 지키는 거였구나
시간은 폭포처럼 아래로만 흐르지
과거로 가는 길을 모르지
풀지 않던 짐을 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