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워진 몸뚱이는 뜨거워지기를 멈췄다
떠난 자리는 해가 들어도 쓸쓸하다는 걸
덩그러니 놓여있는 잘 익은 홍시를 보며
알았다
먹색 양말이 터졌다
시간을 먹어 보풀이 일어난 양말
구멍 난 양말을 그냥 신고 갈 수 없어
실바구니를 열어 돌상에서나 봤던 흰색 실과 대바늘로
듬성듬성 양말을 꿰매고 걸어 나왔다
몇 년 전에 새 양말이 생겼다고
내게 주었던 먹색 양말
마지막 남은 유품으로 구멍 난 마음을 달래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겨도 될까
귀하고 좋은 것은 몰래 내게 건네지던 방에
더는 홍시를 넣어 드릴 수 없는 오후가 지나간다
* 이 시는 할머니의 마지막 임종을 듣고
시를 배우던 시절에 썼던 시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후회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할머니 그곳은 겨울에 눈이 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