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를모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여름 Dec 30. 2022

2. 잘 익은 홍시를 보며

홍시

차가워진 몸뚱이는 뜨거워지기를 멈췄다

떠난 자리는 해가 들어도 쓸쓸하다는 걸


덩그러니 놓여있는 잘 익은 홍시를 보며

알았다


먹색 양말이 터졌다


시간을 먹어 보풀이 일어난 양말

구멍 난 양말을 그냥 신고 갈 수 없어


실바구니를 열어 돌상에서나 봤던 흰색 실과 대바늘로

듬성듬성 양말을 꿰매고 걸어 나왔다


몇 년 전에 새 양말이 생겼다고

내게 주었던 먹색 양말


마지막 남은 유품으로 구멍 난 마음을 달래 수 있어

다행이라 여겨도 될까


귀하고 좋은 것은 몰래 내게 건네지던 방에

더는 홍시를 넣어 드릴 수 없는 오후가 지나간다



* 이 시는 할머니의 마지막 임종을 듣고

 시를 배우던 시절에 썼던 시이다.


그때를 생각하면 후회라는 단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할머니 그곳은 겨울에 눈이 오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1. 노을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아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