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혼이 나요
이 말의 속 뜻은 무엇일까?
신발끈을 묶어준 날어떤 날은 '선생님 저 비밀이 하나 있어요.'
라며 자신의 걱정을 말하는 아이가 있고
어떤 날은 '선생님 저 친구랑 싸웠어요.'
라며 씩씩 거리듯 말하는 아이가 있고
어떤 날은 수다쟁이 아이가 입이 쭉 나온 체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림만 그리고 가는 날이 있다.
아이들의 마음은 각각 매일 조금씩 기쁘고
조금씩 슬프고 조금씩 화가 나 있다.
아이들이라고 해서 언제나 해맑고
금방 잊어버리고 상처를 안 받는 게 아니다.
그리고 오늘은 한 아이가 이렇게 내게 말했다.
"이제는 어딜 가나 혼이 나요."
나는 그게 무슨 말일까 생각하다가
"왜? 혼이 나."
라고 물었다.
"그냥 굳이 잘못하지 않아도 학원이든 학교에서든요."
왜 혼이 나는 기분이 들까? 잘못한 게 없는데.
아마 그건 혼을 내는 게 아니라
조금 더 노력하자는 힘 있는 격려였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그럴 때가 있으니까.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그저 혼이 나는 기분이구나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지적을 받는 것이, 남아야 하는 이유가, 두 시간을 걸려 숙제를 해도 시간이 부족한 것이
초등학생 아이가 혼이 나는 기분이 들만큼 해야 하는 일일까?
내가 너무 감성주의에 빠진 것일까?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잔소리, 근사한 말,
어떤 식의 대답을 해주는 게 좋을까 머리를 막 굴렸다.
하지만 막상 그 아이의 목소리와 표정을 생각해 봤을 때 어떤 말도 필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그래서 딱 이 말 한마디를 했다.
"oo아, 힐링하러 와! 선생님이 여기서는 항상 칭찬해 줄게!"
가볍게! 활기차게!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고 있는 아이에게 더 잘하라는 말도
열심히 하고 있는 아이에게 조금만 더 열심히 하라는 말도
어떤 날에는 이 모든 말들이 그저 혼이 나는 기분일 것 같다는 생각을 오늘 내게 알려준
아이.
선생님도 오늘 반성의 시간을 갖는다.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