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저귀 유목민, 나는 생리대 유목

by 예서연

“사랑아, 가렵진 않아?”


나는 손가락 네 개를 모아 엎드린 채 탭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는 사랑이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공기가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은 생리 팬티를 입고 있어 피부가 걱정됐다.


“아니.”


사랑이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무심하게 대답했다.


“생리대 알레르기 없어?”
“없어.”
“가렵지 않아?”
“응.”


알레르기를 걱정했던 내 마음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삼켰다. 그 순간 사랑이의 아토피와 기저귀 시절이 겹쳐 떠올랐다.


사랑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태열이 심했고, 아토피로 이어졌다. 기저귀 속 엉덩이는 늘 붉게 달아올라 쉽게 짓물렀다. 참 많이 울었고, 나도 그 곁에서 함께 울었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도 속옷 속에 감춰진 엉덩이는 의자에 눌려 여전히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종종 큰 거즈 밴드를 붙여야 했는데, 오래 붙이면 접착 부분이 또다시 피부를 자극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마음만 졸였던 시절이었다.


영유아기 내내 아토피로 고생을 한 사랑이가 생리대 유목민 생활까지 이어가지 않길 바랐는데, 너무나 다행이었다.



나는 생리대 알레르기가 심했다. 마트에서 한 팩을 사서 몇 개 써본 뒤, 트러블이 없는 걸 확인해야 마음 편히 쓸 수 있었다. 늘 쓰던 제품도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간지럽거나 붉은기가 올라왔다. 탐폰도 시도했지만 오래 쓰긴 어려웠다. 삽입형 생리컵은 세척이 불편했고, 천 생리대는 손빨래가 번거로웠다. 결국 상황마다 다른 제품을 찾으며 생리대 유목민으로 살았다.


임신했을 때 아이가 이런 내 피부를 닮았을까 걱정돼 기저귀 선택에 더욱 신중해졌다. 천 기저귀를 고민했지만, 독박육아에 손빨래까지 감당할 자신이 없어 일회용을 쓰기로 마음을 바꿨다. 샘플을 구해 직접 만져보고 물을 부어 흡수 정도를 확인하고, 새지 않는지도 살폈다.


출산 후 처음 시도한 기저귀는 촉감도 흡수력도 좋았지만, 아이 피부엔 곧바로 발진이 올라왔다. 다른 기저귀로 바꿨더니 괜찮았다. 그러나 피부에 맞는 제품을 찾았다는 기쁨은 서서히 부담으로 바뀌었다. 조금만 젖어도 갈아줘야 했기에 매달 기저귀 값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기저귀가 푹 젖을 때까지 두라는 조언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생리대를 오래갈지 못했을 때의 불쾌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조금 더 저렴한 기저귀들을 시도했지만 아주 작은 두드러기에도 두려웠다. 결국 공기가 통할 정도로 여유 있는 사이즈를 골라 피부에 달라붙지 않게 입힌 후, 크림을 병행하면서 정착할 수 있었다.



‘생리대 발진은 심하지 않을까?’
‘면생리대를 쓰고 내가 손빨래를 해줄까?’
‘유기농 제품을 써야 하나?’


사랑이가 생리를 시작할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이런 고민들로 다시 불안해졌다.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어떤 질문도 할 수 없었고, 질문과 불안은 내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이기만 했다. 이제야 가슴속에 쌓아둔 질문을 조심스럽게 꺼내, 내 불안을 잠재운다.


4년 전 기억 속 사랑이는 밤마다 "엄마, 손잡아 주세요."라고 말하던 아기였다. 엄마 손을 꼭 잡고서야 편히 잠들던 아이가,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될 준비를 하며 조용히 커가고 있었다. 혼자 견뎌낼 그 모든 시간이 아프고, 아쉽고, 기특했다.


함께 하지 못했던 그 시간 동안 사랑이를 향한 내 마음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떠돌았다. 홀로 아팠고, 분노했고, 슬펐다. 그 마음이 이제야 조금씩 시랑이 곁에 자리를 잡아가며 온화해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는 예측 불가능하고, 내 맘 같지 않은 이 세상의 유목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목적지를 몰라 떠돌다가도 결국엔 다시 돌아가는 안식처. 그곳이 바로 가족인 것 같다

내가 그렇듯, 사랑이에게도 내가 그런 곳이 되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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