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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잎싹 May 09. 2023

2023년 5월 9일


나의 친구와 함께 사는 반려견 가하.

오늘 아침에는 나와 가하 둘이서 아침 산책을 했다. 가하는 몸집도 크고 곱슬곱슬한 털도 검은색이어서 카리스마가 있는데 눈은 순둥순둥하고 걸음은 소풍 나온 유치원생 같이 순수하다. 지나는 사람들이 착한 가하를 보고 따뜻한 미소를 건넨다. 가하와 익숙한 동네를 산책하는데 봄볕이 따사롭다. 아침시간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점들을 둘이서 함께 들여다보고 이쪽저쪽 햇살이 맞닿아 있는 골목길을 훔쳐보았다. 이 동네를 처음 온 사람처럼, 여행객이 된 기분이 들었다. 아, 나 확실히 여행이 고픈가 보다.


요즘 매일 아침마다 대한항공 어플을 켜고 뉴욕행 왕복 비행기티켓을 찾는다. 마일리지 좌석을 찾느라 돌아오는 스케줄이 안 잡힌다. 그래도 어떤 날은 불쑥불쑥 티켓이 있어서 희망을 잃지 않고 들여다본다. 5월 말에 출국해서 6월 초에 돌아오는 10일 정도의 여행을 계획 중인데 왠지 티켓을 꼭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있다. 뉴욕에는 나의 절친한 친구 진솔이가 직장을 다니며 살고 있어서 가면 진솔이 집에서 지내면서 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혼자 산책하고 책 읽고 전시를 보러 가고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미국 땅은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기에 비행기 티켓도 구하지 못했지만 벌써 마음이 들뜬다.


오늘 오후에는 나의 친구와  둘 다 오래 보고 싶어 했던 영화 <이니셰린의 벤시>를 보기 위해 광화문을 갔는데 시간이 많이 남아서 점심으로 국밥을 먹고 폴바셋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앞에 두고 아이스아메리카노도 한잔 옆에 대기시켜 둔 채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처음에 서로를 어려워했다. 서로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알고 보니 꽤 비슷한 사람들이었고 어느 순간 급속도로 호감을 느끼며 가까워졌다. 가까워지고 보니 비슷한 사람끼리 이해하면서 건강한 소통을 하고 있다.

영화를 재밌게 관람한 뒤 친구가 몸살이 올 것 같다고 해서 약을 사고 헤어지려고 하는데 그래도 저녁은 먹고 헤어지자는 제안에 삼계탕을 한 그릇씩 뚝딱하고 급히 헤어졌다. 친구의 눈이 많이 힘들어 보여서 얼른 보내주었다.


"세상에는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어. 분명 어려운 상황을 만나게 되겠지. 하지만 우리는 그런 순간을 극복할 수 있고 그런 경험들로 단단해지고 채워지는 거야. 좋은 일만 있을 거라는 무조건적인 긍정이 나는 싫어. 원치 않았던 일도 모두 인생인 거야. 신도, 사람들도 나를 좋아해. 나는 느껴져. 나는 사랑받고 있어. 그러니까 어떻게 더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 깊게 고민했고 계속해서 점점 더 나아지고 있어.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이야." 친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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