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1월이었다.
지난 수요일부터 매일 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오늘 오랜만에 쉬는 날이었다.
오늘 만나기로 한 민지언니에게서 아침 9시에 전화가 와서 그야말로 모닝콜을 받고 일어났다.
전화를 끊으니 바로 대표님께서 또 안부전화를 주셔서 다시 잠들 뻔하다가 완전한 기상을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아침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청소도 하고 오디션 대본 프린트도 하고 민지언니를 만나러 오전 중에 집을 나섰다. 기상에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들.
민지언니는 피부미용사인데 올해 본인의 샵을 오픈하는 게 목표다.
작년 말에 만났을 때 피부는 공부를 다 했는데 바디 마사지는 아직 배우지 못했다며 확실히 관리해 주는 샵을 하고 싶다고 하면서 본인이 다니고 있는 마사지 샵이 참 좋은데 배우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몇 주 뒤, 언니는 말 한대로 그곳에서 수업을 받게 되었는데 원장님이 무료로 가르쳐주시고 심지어 언니가 빨리 배우고 잘해서 오후시간에는 그곳에서 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언니는 매번 이렇게 목표를 말로 툭 내뱉고는 현실로 만들어서 보여준다.
피부미용, 왁싱을 배울 때 내가 언니의 연습모델이 되었었는데 이번에도 와서 마사지받아보라고 해서 몸도 찌뿌둥하고 피부도 뒤집어지기 일보 직전이라 금손언니에게 관리를 받기 위해 오늘 약속을 잡고 언니를 만나러 다녀왔다.
언니랑 점심을 먹고 샵에 가서 피부부터 전신 마사지를 해줬는데 와, 이 언니 손 끝 야무진건 알았지만 이 정도라고? 열이 올라 뒤집어지던 피부도 삭 가라앉고 전신 마사지를 받을 때는 곯아떨어져 버렸다. 마사지받으면서 잠들어보긴 처음이다.. 몸이 개운해졌는데 샵을 나와 걷는 발걸음마저 가벼웠다. 언니 꼭 성공해라. 아니 성공했다. (벌써 언니를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한다.)
언니는 누가 봐도 좋아할 사람이다. 차분하고 밝고 긍정적인 언니와 대화하면 치유가 되는 기분이다. 지칠 때마다 언니에게 달려가게 된다. 하지만 언니도 항상 이런 성격은 아니었다. 회사를 다니는 몇 년 동안은 완벽해야 하는 강박 때문에 모든 일을 직접 하려고 하다가 예민해지고 사람들에게 까칠하게 대하고 스스로 못된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우울증도 오고 힘든 시기를 겪은 다음 지금의 성격이 되었는데 매일 명상을 하고 긍정적인 생각과 말을 하고 확언을 하고 감사일기를 쓴다. 나도 요즘 그렇게 지내니까 나눌 대화도 많고 서로에게 힘이 된다.
여자는 갈팡질팡 흔들리거나 마음이 요동치면 단전의 힘이 부족한 이유이고 남자는 다리의 힘이 부족한 이유란다. 나는 여자니까 복근 운동과 코어 운동을 해서 기분과 감정을 다스리라고 언니가 알려줬다.
요즘 이만보씩 걷는다고 하니까 그걸로는 부족하단다. 근력운동을 하란다. 땀 흘리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해보란다. 알겠다. 일기 쓰고 바로 복근 운동 간다.
언니랑 헤어지고 나서는 동생 주비를 만나러 갔다. (그러고 보니 나는 동갑인 친구가 한 명 있다.)
곧 오디션과 미팅이 있어서 옷을 빌리러 갔다. 요즘 지출을 극도로 줄였는데 새로운 옷이 입고 싶어서 친구 찬스를 썼다. 주비가 흔쾌히 두벌이나 챙겨주고 제주 흑돼지도 사주고 로또도 사주고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과자도 한 보따리 챙겨줬다. 우리 친구들끼리는 서로 이렇게 하자. 맞춘 건 아닌데 친구가 집에 오면 집주인이 이것저것 챙겨주게 된다. 친구들이 우리 집에 오면 서랍 구석구석을 뒤져서 화장품이나 마스크팩을 챙겨주고 냉장고를 털어서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데 내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많이 웃고 배 부르고 따뜻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넷플릭스에 있는 일본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마지막화를 보았는데 거기에서도 요즘 내가 매일같이 하는 생각과 비슷한 장면이 나왔다.
"난 꿈이 있었어. 기회도 있었고 난관도 있었지. 하지만 얼마 안 가서 도전을 그만뒀고 생각도 그만뒀어. 그랬더니 움직이지 못하겠더라. 난 합리화를 했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에 만족한다고 말이야. 관성의 법칙 알아? 멈춰있는 사물은 멈춰 있으려고 해. 지구에 중력이 존재하는 한 물체는 한 번 멈추면 다시는 움직이지 않아."
"움직이지 않으려는 물체를 밀어주는 힘은 꿈이나 호기심 아니면 사랑하는 이의 존재겠죠. 아닌가요? 마음속에 싹튼 부질없는 소망이 때로는 바위도 움직인다! 꽤 유명한 법칙이에요. 뉴턴이 300년 전에 분명히 증명했을 걸요."
내 꿈에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할 거다.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 주고 도와주는 사람들, 심지어 그들은 멋지고 능력 있는데 이건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다. 우리가 해내고야 말았어!라고 말할 거다.
걸으면서 들었던 음악이 내 심장을 건드렸다.
심장박동 같은 음악이라고 생각했다. 심장박동과 같은 음악을 들으면 눈물이 난다.
심장박동과 같은 연기를 하고 싶다.
엄마 역할을 하고 싶다.
엄마 역할을 몇 번 하긴 했었는데 그때는 특별한 생각이 없었다.
종종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뭐.. 전문직..? 운동선수..?라고 대답하며 말 끝을 흐렸다.
어떤 역할이라고 물었을 때 사실 어떤 역할이든 일단 연기가 하고 싶었으니까 떠오르는 게 없었는데
이번에 생긴 거다. 엄마. 엄마를 하고 싶다.
집에 도착해서는 조카 성빈이의 방학 숙제로 1분 내외의 축구하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길래 초보 유튜버 이모의 능력을 살짝 발휘해서 귀여운 영상을 만들어줬다! 뿌듯.
오늘로써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23년의 1월이 끝났다.
1월에는
가족들도 만나고 왔고, 오빠에게 사고가 있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았고 가족들 모두 건강하고
엄마, 오빠랑 오랜만에 영화관 데이트를 하면서 추억도 쌓았고
우리 셋째냥 복동이의 중성화 수술도 잘 됐고
든든한 친구들과 교제하며 좋은 우정을 쌓았고
언니와 엄마가 준 원두와 대표님이 선물해 주신 주전자와 호진오빠가 선물해 준 프렌치 프레스로 커피 맛을 풍부히 느꼈고 드립 커피의 맛과 재미에 빠졌고
일자리를 얻어서 생활비 걱정을 덜었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회사 동료들의 존재가 든든했고
좋은 책을 세권이나 볼 수 있었고
쉽고 간편하게 영어공부도 할 수 있었고
여러 지식들도 쌓을 수 있었고
나날이 발전하는 나의 미모도 감상할 수 있었고(ㅋ)
매일이 풍족했다.
매일 매 순간 감사할 일로만 가득했던 참 감사한 한 달이었다.
내일 눈을 뜨고 만나게 될 2023년 2월은 또 어떤 감사한 일들로 채워질지 기대가 된다.
ps.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단 하나도 없다.
부모님께 받는 사랑도 당연하지 않다. (전화드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