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아역배우로 EBS어린이 드라마를 촬영할 때 당시 EBS국장님 (아마도 드라마국? 예능국? 뭐 그런 게 있지 않았을까 그때 국장님이라고 불렀다.) 께서 연기는 계단식으로 성장한다고 말씀하셨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20년 만에 꺼내든 기억이 부른 깨달음이랄까?
어제 드라마 오디션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으면서 "오디션 시간은 오후로 부탁드립니다^^ 4시?ㅋㅋ"라고 스케줄을 전달해 준 회사 실장님께 답장을 보냈었다. 근데 정말 딱 4시로 정해졌다. 실장님이 그렇게 부탁하신 건 줄 알고 감사하다고 했더니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냥 늦은 오후시간이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딱 4시로 잡혔네. 아다리가 맞았네"라고 하셨다.
우연일까? 아다리가 맞은 걸까?
아니. 내가 그렇게 원했으니까. 생각했고 말했으니까.
오늘 아르바이트하러 가는 길에 신호등을 두 번 건널 일이 있었는데 내가 신호등 앞에 딱 도착하자마자 보행신호로 바뀌었다. 두 번 다. 훗 러키걸.
말한 대로, 생각한 대로 되는 게 너무너무 재밌어서 아르바이트하는 가게에 가서 사장님께 오늘 매출 얼마를 원하냐고 물었다. "음, 300 정도는..?" 하시길래 "그래요. 그럼 오늘 우리 300 매출 찍읍시다. 말하는 대로 되는 거예요. 진짜예요. 300, OK."라고 말했다.
우리 가게가 원래 5시 오픈이었는데 3시 오픈으로 바뀐 지는 2주가 됐다. 영업시간을 바꾼 첫 주 토요일에 가게 오픈이래 처음으로 300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는데 지난주 토요일은 실적이 저조했다. 200 중반 대였던 것 같다. 차이가 꽤 났다. 하지만 오늘 내가, 우리가 다 300이라는 목표를 들었고 그렇게 할 거라고 말했으니 무조건 300만 원 이상의 매출이 나올 거고 의심하지 않았다. 몸이 좀 힘들 각오만 했다. 역시나 손님들이 많이 몰려왔는데 심지어 테이블 로테이션도 좋아서 9시쯤에 이미 200만 원 중반을 넘어섰다. 우리 가게는 새벽 1시까지 영업한다.
중간에 너무 분주해서 힘들길래 또 생각했다. 너무 힘들지 않게, 슬렁슬렁 일하는 것 같은데 어느새 목표 매출 달성했네?! 싶었으면, 하고. 근데 그때부터 테이블 하나씩 하나씩 빠지면서 여유롭게 돌아가더니 다른 직원이 9시 조금 넘은 시간에 오늘의 매출을 확인하고서 한다는 말이 "어? 210 정도일 줄 알았는데 벌써 260이라고? 언제 이만큼 했지?" 대박. 그도 그렇게 힘들게, 분주하게 느끼지 않았다는 거다.
이것도 다 우연이라고? 아다리가 맞았다고?
아니 내가 생각했고 믿었으니까.
나는 밤마다 내가 적은 목표를 소리 내서 읽고 녹음한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그것부터 듣는다. 매일의 루틴 중 하나다.
그중에는 '24년도부터 매년 연극,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도 있다.
나는 4년제 대학교를 연극학과 연기전공으로 졸업했다. 하지만 졸업 후 그 페이도 못 받은 상업연극 한번 잠깐 한 것 말고는 연극이랑은 거리도 멀고 항상 하고 싶어 했지만 단 한 번도 기회도, 길도 없었다. 나도 적극적으로 찾지 않았었고. 그런데 오늘 연극연출도 하며 희곡도 쓰는 지인에게서 연극을 같이 하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분은 큰 상도 받았을 만큼 실력이 인정된 분이다. 이번에 만들 작품은 극장도 다 정해졌고 작가님은 따로 계신데 창작극 공모전 선정작품이다.
나는 그냥 목록에 쓰고 말했을 뿐, 그분에게 어필을 하거나 아무것도 한 게 없다.
그냥 원했을 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연극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이러니 하루하루 사는 게 정말 재밌다.
내 마음대로 마술을 부리는 기분이다.
정말 이게 다 거짓말이 아니다.
민지언니랑 나랑 매일매일 이런 경험을 하는 요즘이다.
감사하니 감사할 일이 자꾸만 생긴다.
매일 좋은 일만 있는 것 같아서 어제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알바 가는데 버스를 잘못 타서 중간에 택시 타고 가기도 했고, 휴대용 폰충전기가 부러지기도 했고, 손님이 항아리를 깨뜨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웃고 넘기고 곰곰이 생각을 해야 굳이 안 좋은 일이라면 그 정도?라고 떠올릴 수 있었다.
내 생활 전반의 포커스가 감사할 일들, 기쁜 일들, 재밌는 일들에 맞춰져 있으니 감사하고 좋은 일들은 자꾸만 기억나고 자꾸만 생기는데 조금이라도 불편했던 일들은 내 관심사 밖의 것이 되어서 나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
나는 곧 어마어마한 큰 행운을 얻은 가슴 설레는 뉴스를 가지고 올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