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살, 퇴사만 6번째입니다

더이상 회사에 가고 싶지 않은 마케터의 프리랜서 도전기

by 민디

지금으로부터 딱 두 달 전,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것은 30년 인생 중 6번째 퇴사였다.






이번 퇴사 사유는 간단했다. 과중한 업무량.

업계에서 나름 알아주는 스타트업이었다. 문제는 사람 한 명이 계약부터 마케팅, 세일즈, 사후 관리까지 전부 담당해야 하는 구조라는 거였다. 운이 좋았던 건, 입사한 지 얼마 안 돼 첫 계약을 따냈다는 것. 그 이후로도 계약 건수는 제법 잘 쌓여갔다.


문제는 실적이 쌓일수록 내 할 일도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점이었다. 회사에 있는 동안, 나는 말 그대로 ‘숨도 못 쉬고’ 일했다. 퇴근 후에도, 주말에도, 손에 일을 내려놓아도 마음은 단 한 번도 쉬지 못했다. 허리가 쎄하게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디스크라는 진단이 나왔고, 입사 즈음 시작된 기침은 두 달이 지나도록 멈출 줄을 몰랐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고, 마음이 그 뒤를 따랐다. ‘아, 이러다 진짜 과로로 죽겠다’ 싶었던 시점이 입사 후 두 달 반이었다.


한 달에 정해진 재택 근무 횟수를 모두 쓰고도, 출퇴근에 드는 시간과 체력을 아껴 집에서 일을 하기 위해 연차와 반차까지 전부 소진해야 했다. 스타트업의 일의 범위가 넓고 많다는 말은 익히 들었지만, 막상 겪어보니 이야기는 완전히 달랐다. 그렇게 세 달, 결국 ‘이건 아니다’는 마음이 나를 완전히 지배하고 나서야 퇴사를 결심할 수 있었다.


퇴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의외로 회사 반응은 꽤 인간적이었다. 사람이 나가면 채용부터 적응까지 새로 리소스를 들여야 하니 분명 번거로웠을 텐데, 그동안의 성실함과 빠른 성과를 좋게 본 눈치였다. 이사님은 “3개월 계약직 인턴으로 일한 셈 치자”며 필요하다면 다음 회사에 추천서도 써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중도에 그만두는 것 같아 마음 한켠이 찝찝했는데, 그 말이 그 와중에 꽤 큰 위로가 되었다.


마지막 퇴사 면담을 하던 날, 이사님이 한마디 하셨다.

“본인 기준이 너무 높아서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맞는 말이었다.

아무리 중고신입이라 해도, 갓 입사한 인턴이 그 모든 일을 완벽히 해내기는 애초에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뭐 하나라도 포기를 못 하던 그 태도가 결국 정신적·체력적 한계를 가장 먼저 드러내게 했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물론 절대적인 업무량이 워낙 많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긴 했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퇴사자가 되었다.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던 즈음, 나는 하나를 더 결심했다.


프리랜서 마케터로 살아봐야겠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회사라는 공간이 나랑 안 맞는다는 걸 대학 때부터 알고 있었다.

친구들이 대기업 입사를 위해 스펙을 채우던 시절, 나는 ‘어떻게 하면 회사에 안 들어갈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했다. 넓은 사무실 한가운데, 닭장처럼 줄지어 앉아 사람들과 하루 종일 부대껴야 한다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그래서 선택한 첫 번째 직업은 ‘방송작가’였다.
(그땐 그 직업이 내 인생 첫 직업이자 마지막 직업이 될 줄 알았다.)


프리랜서라는 점, 주기적으로 팀이 바뀌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당시 내 유일한 취미였던 아이돌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점.


당시 나는 주변에서 유명한 아이돌 덕후였다. 응원하는 아이돌의 무대를 보러 공개방송에 가면 가장 부러운 사람들이 있었는데, 바로 방송국 문을 너무도 쉽게 오가던 스태프들이었다. 나는 거친 바닥에 앉아 몇 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그들은 출입증 하나로 그 꿈같은 세계를 드나들었다. 그때 속으로 다짐했다.


저 출입증, 꼭 내 목에도 걸어야지.


사실 방송작가를 꿈꾸게 만든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전국민이 보던 한 아이돌 서바이벌에서 응원하던 연습생 때문이었다. 데뷔권에서 아슬아슬하던 그 친구는 결국 데뷔하지 못했고, 그날 나는 또 다른 결심을 했다.

저 친구를 위한 방송을 만들고, 직접 캐스팅해야겠다!


그 무렵 나의 하루 일과 중 하나는 그 친구의 미담이나 재밌는 포인트를 조합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일이었다. 지금은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돈 받고 하는 일을, 그땐 애정 하나로 해내고 있었다. 어떤 글을 쓰면 사람들이 많이 보고 반응하는지, 어떤 표현을 써야 추천수가 오르는지, 머리로 계산한 게 아니라 그냥 몸으로 알고 있었다. 내 글을 기반으로 다음카페 인기글에 오르거나 기사로 이어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그때 친구들이 했던 말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너 이거, 진짜 재능이야.


당시엔 ‘마케터’라는 직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서, 그 말을 그냥 기분좋은 칭찬쯤으로 흘려보냈었다.







그렇게 덕질에 진심이던 대학생이었던 내가, 지금은 콘텐츠로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마케터가 되어 있다. 돌아보면 그동안의 시행착오들도 결국 이 길로 이어지기 위한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동안은 회사와 팀에 소속되어 일했지만, 이제는 내가 직접 일감을 따내고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
여러 창구를 통해 나를 알리고, 나라는 사람에게 신뢰가 쌓이도록 꾸준히 움직여야 한다.


이전엔 해본 적이 없는데.. 과연 프리랜서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지금 내 마음속에서 가장 크게 자리한 두려움이다.


그래서 과거 방송작가를 하겠다고 결심했던 그 시절의 마음을 다시 꺼내보려 한다.


전공과는 관련 없는 방송 아카데미에 들어가 처음으로 반장까지 도맡아 했던 것,
주도적으로 스터디를 만들어 프로그램 리뷰를 진행하고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해본 경험,
빨리 일하고 싶은 마음에 휴학 없이 졸업하고 두 번째 방송 아카데미에 들어갔던 선택,

추천을 받아 유명한 프로그램에 갈 수 있었지만 정말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스스로 골랐던 결정,
그리고 고민 끝에 그렇게 하고 싶던 방송작가 일을 내려놓고 회사로 들어간 용기까지.


그 모든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기반이라고, 이제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있는 그대로 해보려는 마음,
재밌는 것을 찾아 스스로 움직이던 마음 그대로.


그렇게 가슴 뛰던 초심을 다시 붙잡고, 나는 프리랜서로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보려 한다.
회사 밖에서 조금씩 자라는 나의 성장기를 이곳에 차곡차곡 기록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