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물들지 말거라

세상은 어떤 색일까요?-?

by 시현

이제 날씨가 후끈후끈해서

오늘 아침 일찍 산책을 다녀왔다.


밖을 나갔는데 강아지 두 마리랑 할머니 한분이랑 아줌마 한 분이 계셨다.


나는 그런 강아지를 천천히 따라가면서 셋이 모여있었다.

근데 할머니 한분이


우리 집 강아지를 바라보고 하시는 말씀이


“때가 하나도 안 탔네.” “천진난만 하구만.”이라고 말씀을 하시는 거다.


나는 자연스레 웃음을 건네주었고,


다시 한마디 말씀을 더 하셨다.


“세상에 물들지 말거라.”

나는 그 순간 “오.”라고 밖에 할 말을 못 했다.

옛날에는 이런 말을 들었다면 바람처럼 보냈던 것 같다.

그러니 내 기억에는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속 깊은 울림이 있는 것 같다.


세상에 물 들지 말라는 게 자신의 색깔을 굳이 세상에 색으로 맞출 필요 없다는 뜻 같았다.


자신을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것처럼.


그 말이 꼭 나 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 같았는지

나 자신에게 해석하면서 생각을 집에 와서 계속했다.


세상에 물 들지 말라니, 세상에 존재함으로써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그 말은 마치 “사람으로 살아남되, 사람에게 닳지 말라. “ 는 말처럼 들렸다.


할머니는 강아지를 보고 한말이었지만 그 뒤에는 내 마음에게 던진 말이었다.


예전에 어떤 동갑내기 친구애랑 대화하던 말이 생각났다.

나랑 얘기하는데 둘 다 “우리 서로 자기 자신이랑 얘기하는 것 같지 않아?” 이랬었다. 그러면서

친구가 나한테 하는 말이

“넌, 누구보다 지금 너 내면이랑 얘기하고 싶은 것 같아.”라고 말했었다.


그때는 별생각 없이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곱씹고 이해가 됐고 계속 생각나는 말이었다.


나는 내 내면이랑 대화를 멈춘 지 너무 오래됐기에

내 내면을 잃고 살아 세상에 닳았었나 보다.


나는 내가 되어가는 중일까, 세상이 원하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일까.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닳기도 하고 물들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서 본질은 바뀌지 않아. 닳고 물들더라도.

오늘 짧은 할머니의 말씀은 나를 비추는 파란색 거울이 됐다.


이제 정말 뜨거운 여름의 시작인데

여름을 견디는 건 단순하게 땀을 참는 일이 아닌

지친 마음을 붙잡는 것 같기도 해.


그렇지만 덥고 지친 날에는 “잘 버티고, 오늘 하루도 잘 정리하며 살아가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려 해.


덥다고 마음까지 무너지는 일은 없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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