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공이 안 맞는다고 내 기분까지 망치려 해
아빠랑 골프 치러 가면 공보다 아빠의 마음이 더 멀리 굴러가는 거 같다.
나는 늘 나 자신 그대로인데
매번 아빠는 나랑 가까울수록
내면을 나를 조금 보여준 건데
그 모습을 무례라 하고, 불편해하고 내 기분까지 불편하게 만든다.
아빠의 내부는 모르겠지만 외부는 너무 시끄럽다.
내 리듬으로 나는 걷고 싶은데 아빠는 자꾸 아빠 발에 맞춰서 억지로 걷게 하려 한다.
그런 아빠의 발걸음은 너무 빠르다.
공이 떨어지기도 전에 아빠의 발걸음은 움직이니
내부는 얼마나 시끄러울까.
나는 그런 아빠를 맞춰주지 못하겠다.
아니 맞추고 싶지 않다.
나 자신을 잃고 싶지 않으니까.
오늘 아빠는 나한테 진 게 아닌 골프한테 먼저 졌고 그런 골프한테는 화풀이를 할 수 없으니 나한테 한 것 같다.
공이 아빠를 따르는 게 아닌 아빠의 마음이 공을 따라야 하는데 그게 조절이 안되니 감정조절도 안 되는 것 같다.
나는 골프를 치는 게 아닌 아빠랑 감정싸움하러 나온 기분이다.
오늘 아빠는 골프한테 졌고,
그런 자기 자신한테 K.O 당한 것이다.
그걸 지켜보는 난 오늘 기분이 좀 지쳤다.
게임에 얽히는 게 아닌 서로의 감정에 얽히는 기분.
스코어보다는 기분 점수가 더 중요해지는 느낌.
그렇지만 어느 때보다 오늘이 내 리듬을 끝까지 지켰기에 내 기분점수는 백점만점에 백점이었다.
더 가벼워지는 기분이랄까.
이 안에서 배울 게 너무 많았기에 나 스스로 훈련을 시키는 게임이었다.
내 리듬을 타면서 나는 몸이고 마음이고 한결 더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