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숙여 내 모습을 보니 '라인이 뭔가요?' 하는 옷이다. 쓸데없이 옷감의 양으로 플렉스 한 여기저기 귀염 가득한 레이스가 돋보이는 원피스 차림이다. 쭉 내려가 신발을 보니 이보다 더 편할 수 없음을 자랑하는 앞코가 동글동글한 플렛 슈즈다. 나름 느낌 맞춰 입은 세상 편안한 복장을 한 나는 세상 편하게 산다. 그런데 사람들에게는 내 스타일이 좀 그런가?
해마다 딱 한 번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게 되는 정장. 1년에 한 번 입는 정장을 매번 살 이유가 없기에 가장 기본 핏으로 장만해서 요긴하게 참 잘 입었다. 어김없이 찾아온 정장데이, 당연한 듯 익숙하게 몸을 집어넣었는데 뒷지퍼가 움직이질 못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일시적인 일이니 이번에는 다른 옷으로 적당히 입고내년에 입지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정장데이는 돌아왔고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몸을 집어넣었는데 당연히 안 잠긴다. 진짜 이 옷이 맞나 싶다. '이젠 결심을 해야 하는 거구나!' 문제가 있으면 해결을 해야지 매 번 이렇게 당황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살 수는 없다. 야무지게 마음먹고 실천에 나선다.
버렸다. 나에게 당혹감과 스트레스를 안겨준 이 허물을 과감하게 벗어던져 의류수거함에 집어넣었다. 내친김에 '이 옷을 얼마 주고 샀는데, 아직 너무 멀쩡한데, 곧 입게 될 거야.' 하며 모셔만 뒀던 전시품들을 꺼내어 한방에 버렸다.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옷 스타일과 어울리지 않게 가끔 신고 다녔던 힐도 던져버렸다. 더 과감하게 매일 모닝 스트레스를 산뜻하게 선사해주는 체중계도 치웠다. 양심은 있어서 눈에서 멀어지게만 숨겼다.
앞선 자들이 말했다. '살이 찐다. 나만 아는 곳에'라고. 별로 달라진 것을 모르겠는데 왜 저러나 싶었다. 그런 거다. 그땐 몰랐던 것이 그 나이가 되어 똑같은 말은 하는 나를 보며 생각한다. '나보다 또 앞선 자들의 말을 잘 들어둬야겠구나.' 지금은 왜 저러는가 싶고 나는 저리지 말아야지 하는 것들이 그때가 되면 나도 그러고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