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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회귀 Jun 24. 2021

플레이리스트

나만 모르는 나의 공간

"당신의 플레이리스트가 궁금해요."




서로의 음악 취향을 묻는 장면을 본다. 아! 나만 또 모르는 요즘 의미구나 싶어서 그들의 느낌을 유심히 살핀다. 조심스레 서로의 일기장을 보여주듯 부끄럽게 공유한다. 플레이리스트라는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었구나 싶어 '또 나만 몰랐어.' 한다.


 할 때 듣는 음악과 혼자만의 공간에서 듣는 음악이 다르다.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곡을 일 하면서 들은 적이 별로 없다.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지 않는 나는 잔잔한 곡을 배경 삼아 일하는 것을 즐긴다. 가사가 있는 곡은 집중이 되지 않아서 듣지 않는 줄 알았는데 다시 생각해본다. 혼자 들을 땐 감성 폭발하는 가사도 누군가와 함께 들으면 민망할 것 같고, 음악 속에서 존재하는 감정유치해 보일까 봐 자연스럽게 혼자 듣게 된 곡들을 보며 개인적인 공간으로 이미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후배님이 묻는다. '이 곡 제목이 뭐예요?' 순간 아차 싶다. 혹시 내 공간이 보여졌을까 조심스럽다. 편안하게 배경음악으로 틀어놓은 '노르웨이 숲' 곡이라 다행이다.


플레이리스트를 살핀다. 출퇴근할 때마다 볼륨 높여 듣고 따라 부르는 곡들 이건만 예상보다 단출하다. 나보다 타인의 관점에서 더 정확하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플레이라스트를 혼자만 보면서 그 속에 담긴 나의 내면이 궁금해졌다. 이 공간에는 어떤 내가 존재하는 걸까?




비밀의 숲에서 하루살이는 비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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