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하기 2주 전부터 이런저런 연수와 준비로 출근 아닌 더 이른 출근을, 퇴근 아닌 더 늦은 퇴근을 하며 탈이 났다. 다행히 응급실행은 면했지만 음식을 먹는 것도 조심스러워진 컨디션이 되어 삶의 중심이던 tea는 그림의 떡으로 한 달 반동안 망부석이 되어 존재한다.
일요일 아침, 몽글몽글 피어나는 티포트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며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데 가슴이 찡하니 뜬금없이 눈물이 날 것 같다.
비는 그쳤지만 흐린 날, 시음차로 구매해 뒀던 암차(수금귀)가 딱이지 싶다. 지난주부터 가볍게 tea를 마시기는 했지만 온전한 마음으로 tea테이블에 앉기는 오래간만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반드시 해야 하는 것도 아닌 것들을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자체 발화되어 작은 불씨가 불길로 번져 스스로 주체하지 못했다. 완전 연소라도 되었다면 개운함이라도 남았으련만 불완전 연소된 마음엔 그을음만 남은 듯 탁하다.
심신의 피로함으로 갈 길을 잃은 영혼은 근원도 찾지 못한 스트레스에 탈부터 났고, 당연함으로 자리 잡았던 10년 뒤의 나와의 약속들, 꾸준함이가져다줄 미래 따위는 망상처럼 뜬구름잡는 남의 이야기처럼 다가온다.현실 속 안전망 속에 발을 내딛는 순간 모든 것이 "굳이"가 되어 눈앞의 일만 존재하는 듯, 피곤을 풀 수 있는 본능만이 중요하다는 듯. 굳이 영혼의 사치 없이 소박하게 현실의 안위만 보며 사는 게 가장 쉽고 현명하지 한다.
이런 괴리현상 때문이었을까? 생각해보면 나를 힘들게 하는 외부현상은 없었다. 나를 힘들게 하는 나 자신만 있었을 뿐이다. '그을음에 파묻힌 나를 인지해야 한다.'는 의지가 이제야 비로소 찾아진다. 꿈인지 망상인지 현실 속에서 다시금 찬찬히 들여다볼 마음이 빼꼼 고개를 드는 찰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