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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한 위로

세상 더없이 평온한 순간

by 하루사리

벚꽃의 만개에 가슴 벅차게 화사한 날, 엄마를 만나러 간다.




특별한 일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 스며든 봄기운 완연한 한낮의 따스함 위로 만개한 벚꽃잎에 그리움이 하늘하늘 묻어서 흩날린다.


출근길, 엄마가 계신 곳이 저 언덕 위로 보인다. 좁은 공간을 한가득 채울 정도로 my 아티 노래를 포근하게 틀어놓고 달리는 차창 밖으로 마주하는 저 언덕 위의 존재는 매번 역시 현실감이 없다. 그러다 바로 터널에 빠져들면 꿈인지 생시인지 잠시 주춤하다 터널을 빠져나오는 순간 꿈에서 깨어난 듯 그냥 흥얼거리는 출근길이 된다.


오늘따라 꿈에서 깨어나 마주한 햇살 가득한 맑은 하늘의 출근길은 엄마가 보고 싶다. 일찍 조퇴를 하고 엄마를 만나러 가야겠다.


벚꽃길을 지나 도착한 언덕 위, 엄마를 만나 서로를 마주 보며 특별한 안부도 대화도 없이 한참을 그냥 바라만 보다 인사를 하고 나온다. 문득문득 '엄마가 왜 여기 계시지?' 하는 생각이 드는 그 문득의 날이 오늘이다.


주검이 잠들어 있는 드넓은 언덕 위로 바람결에 새소리만 실려 햇살을 안고 날아다닌다. 이 세상 이렇게 평온한 곳이 있을까 싶은 한낮의 이곳은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이지' 싶다.


좋아하는 양지바른 언덕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명상이 절로 되는 평온함에 턱을 괴고 웅크려 있는데 순간 마음 한 구석 어디가 꽉 차오른다. 뜬금없는 위로가 벅차오른다. 위로가 필요한 그 무엇도 없는데. 위로가 주어질 그 무엇도 없는데, 벅찬 위로를 받고 벅차게 위로가 된다. 이 무슨 상황인지 모를 일이다.




주검이 잠든 곳에서 생의 가장 벅찬 위로를 받은 어리버리 하루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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