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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서툴게 한 걸음씩 다시 내딛기

by 하루사리

뷰맛집에서 무엇을 보며 살고 있는가!




신체리듬에 맞춰 눈을 뜬다. 미적거림 없이 편안하게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거실로 나온다. 거실 소파와 초록이들을 재배치한 공간이 썩 마음에 든다.


전날 저녁,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데 나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인식된다. 거실 큰 테이블에 앉으면 거실창 너머의 바깥풍경이 보인다. 그 옆 벽에 붙여 둔 긴 의자에 앉으면 부엌 작은 창 너머의 바깥 풍경이 보인다. 소파에 앉으면 TV가 보이고 몸을 돌리면 다시 거실창 너머의 바깥 풍경이 보인다. 거실 가운데 펼쳐 둔 좌식테이블에 앉아도 거실창 너머의 바깥 풍경이 보인다.


모든 시선이 밖을 향하도록 배치된 구조 속에 우두커니 서서 나를 본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포근한 거실풍경에 늘 따뜻함을 느끼고, 집은 나를 위한 완벽한 아지트다. 그런데 정작 이 공간에 머물면서는 끊임없이 밖을 향하는 이 시선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


즉흥적 바쁨에 분주하다. 좌식테이블이 있는 러그를 통째로 질질 끌어서 서재로 옮긴다. 소파를 집안을 보는 방향으로 대각선으로 틀어서 벽에 붙인다. 소파 뒤쪽 삼각형의 모서리 빈 곳에 큰 초록이를 옮긴 후 작은 초록이들도 소파 주변으로 자리를 잡는다. 초록이와 어우러진 소파의 분위기가 이전보다 훨씬 아늑하다.


옮겨진 소파에 앉는다. 오른쪽에 앉으면 집안 풍경이 잘 보이고, 왼쪽으로 앉으면 거실과 바깥 풍경이 보인다. 시선 속에 초록이가 보이지는 않지만 나를 감싸는 초록이가 느껴지고 소파 뒤쪽에 자리 잡은 큰 초록이의 잎들이 만져진다. 이 시선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고자 하는 건가!


환한 아침 햇살이 가득한 거실을 마주한다. 열어 둔 창문을 통해 자유로이 숨 쉬는 신선한 공기로 가득 채워진 아지트에 bgm을 고 찻자리를 준비한다. 서재로 옮겨진 찻자리에 앉아 공간을 눈에 담은 후 서재창 밖 풍경을 본다. 간간이 감싸며 지나가는 찬 바람결이 아니라면 완연한 봄이 아닌가 싶은 날씨다. 푸른 하늘에 떠다니는 뭉게구름도, 늘 봐오던 저 무채색 건물을 둘러싼 샛주황 단풍도, 반려견과 평화로이 산책하는 모습도 딱! 일요일이다.

가장 안전한 보호막 속에서 유유자적 바깥 풍경을 관망하는 안일함도, 이 순간이 존재하는 자체를 존중하는 너그러움도. 시선이 향하는 곳도, 시선이 존재하는 곳도.




걸음마를 새로 시작하는 하루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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