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디선가 스쳐 지나간 향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어딘가 아련한 풀잎과 장미의 냄새.
딥디크 롬브로단로.
너와 함께 걷던 그 봄날의 공기와 꼭 닮아 있었다.
나는 원래 향수에 그리 민감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너는 다정하게도 매번 내 손목에 향수를 뿌려주었다.
“이 향기, 꼭 봄날의 강가 같지 않아?”
그 말 한마디가 그때는 그냥 웃고 넘겼지만
지금에 와서는 꽤 정확한 묘사였다는 걸 알겠다.
연두빛 잎사귀들 사이로 햇살이 부서지던 오후.
우리는 자주 걷던 동네 공원을 천천히 산책하며,
너는 장미 이파리를 손끝으로 만지며 내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의 너는 너무 환했고, 너무 가벼워서
어느 순간 훌쩍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정말,
너는 그렇게 내 곁에서 사라졌다.
이유도, 설명도 없이.
계절은 여름을 지나 겨울이 되어가고
나는 네가 남긴 향기를 따라
몇 번이고 같은 길을 걸었다.
하지만 네가 아닌, 그 향기만이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얼마 전, 우연히 향수 매장에서 그 향기를 다시 마주쳤다.
“딥디크의 롬브로단로요, 인기 많아요.”
직원이 말하던 그 순간
마치 오래된 일기장을 펼친 것처럼
내 안의 무언가가 또르르 흘러나왔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이 향수를 가끔 뿌린다.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내 안의 너를 다시 꺼내보기 위해서.
계절은 변하고, 사람도 사라지지만
향기는, 가끔 그 모든 걸 다시 데려온다.
그리고 그 향 속에서
나는 여전히 너와 함께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