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가게의 비밀

Memoria No.7

by YesterdaysScent

“이 향을 뿌리는 순간,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돌아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서울 구도심, 2번 출구 뒤편 오래된 골목.

낡은 이발소와 문 닫힌 사진관 사이,

붉은 벽돌로 된 건물 2층에

문득 나타났다는 향수 가게가 있었다.


간판도 없고, 문도 반쯤 닫힌 채.

하지만 계단 아래에는 조그마한 팻말이 있었다.


“향은 기억을 부른다.


그 문을 열자마자,

풀잎을 스친 것 같은 청초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익숙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놓이는 냄새였다.


장미 이파리의 쌉싸름한 향, 갓 마른 종이의 냄새,

그리고 아주 약하게 머무는 이슬 내음.


가게 안은 조용했다.

낡은 바닥과 오래된 책장들,

그 틈 사이로도 은은하게 향기가 배어 있었다.

그 가운데, 잿빛 앞치마를 두른 남자가 앉아 있었다.


“기억을 찾으러 오신 거군요.”

그는 내 이름을 묻지 않았다.

단지, 병을 받아들고 향을 맡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특별한 향이네요.

잊은 것이 아니라, 봉인된 겁니다.”


그는 작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검은 리본으로 묶인, 낡은 나무 상자.

그 안에는 같은 향기가 나는 또 다른 병과, 한 장의 사진이 들어 있었다.


뚜껑을 여는 순간,

포근한 머스크 향이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이건 분명 누군가의 체온과 함께 남았던 향이다.


사진 속엔,

내가 모르는 여자와 함께 웃고 있는 나의 모습이 있었다.

분명 나는, 그런 사람을 만난 적도 없고

이런 웃음을 지은 기억도 없었다.


기억은 종종 지워지는 게 아니라, 봉인되는 겁니다.

그걸 왜 봉인했는지는, 향이 알려줄 겁니다.”


나는 조용히 병을 들어 손목에 뿌렸다.

그 순간, 라벤더와 린넨이 섞인 듯한 향기가 천천히 퍼졌고,

마치 오래된 편지를 펼치는 듯한 감각이 밀려왔다.


그리고—

비 내리던 골목,

누군가의 손이 내 손을 붙잡고 있었고,

가늘게 떨리던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넌 반드시 날 잊게 될 거야. 그게 약속이니까...”


나는 그제야 떠올렸다.

그녀와의 약속,

그리고 그걸 지키기 위해

그녀가 내 기억을 지워달라 향수 장인에게 부탁했던 것까지.


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사라진 자리만 남았고

그 향만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향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도 마찬가지다.


나는 조용히 병을 다시 닫고, 상자를 품에 안았다.


“당신은 누구세요?”

그가 내게 물었다.


나는 미소 지었다.

이제 기억났어요. 나는... 누군가를 아주 사랑했던 사람이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Memoria No.7"은 ‘잊힌 사랑’의 조각들을 천천히 되살리는

풀잎 + 장미 + 린넨 + 머스크 + 오래된 종이 그런 느낌의 향인거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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