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방 안 깊숙이 들어온다.
세탁기에서 막 꺼낸 셔츠 한 장이 창가에 걸려 있다.
물기가 다 마르진 않았지만, 바람이 말랑하다.
섬유유연제 냄새에 햇빛이 섞이자
방 안 전체가 포근해진다.
그는 방금 샤워를 마치고 셔츠를 집어 들었다.
물기 머금은 손끝으로 셔츠 단추를 하나씩 잠근다.
그 손목에 머문 마지막 물방울이
바닥에 똑, 하고 떨어진다.
조용한 방.
정리된 책상 위엔 투명한 향수 병이 놓여 있다.
병 속엔 연한 하늘빛 액체.
그는 아주 조금만 뿌린다.
손목, 그리고 목 아래쪽.
그걸로 충분하다.
문을 열고 나갈 때,
향이 아주 작게 흔들린다.
바람에 실려 따라나간다.
누군가는 스쳐 지나가며 말할지도 모른다.
“뭔가… 깔끔한 냄새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이 향은, 오늘의 기분을 위해 준비한 것이다.
꾸미기 위함이 아니라,
정돈된 마음을 꺼내는 일종의 의식.
**
버스 창문 너머로 오후가 흐른다.
거리에는 갓 다린 셔츠 같은 공기가 떠 있고,
그 위로 이 향은, 아무 말도 없이 지나간다.
기억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을 만큼
가볍고, 조용하고, 깨끗한.
하지만 이상하게,
다시 맡고 싶어진다.
그게 바로,
랑방 레옴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