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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 Aug 31. 2023

나를 위해 살아 본 순간이 있었나요.


나를 위해서 살아본 적이 있었던가 나에게 질문을 한다면



최근 몇 년간은 예스라고 강하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이전의 삶은요. 나를 아는 누군가는 ‘너를 돌보면서 살았더라’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니었노라 말하고 싶습니다.



세상이 정해준 기준에 맞춰 살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그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요. 스스로에게 진실되기 보다 남의 눈에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그 기준에 항상 모자랄 때가 많았지요. 내가 생각하는 이상이 너무 높았더랬습니다. 좋은 사람이고,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사랑해 주길 바랐습니다.



그런 제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기준이 타인의 잣대에 매여 있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첨엔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 하고 있고, 지내고 있는 삶들은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맞을까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남들이 우러르는 삶을 원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요. 다만 그걸 따르는 나날들은 빈 수레 같았습니다. 열정이 생기다가도 사라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건대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캔바 작업 by. 정수










따르지 못한다면 차라리 참고 살자는 마음이 들었던 걸까요.


남편이 혼자 돈을 버니깐 차 한잔 마시는 게 미안했습니다. 직업도 없고 하고 다니는 행색도 변변치 못한 나는 계모임을 하고 돌아서면 이상하리만큼 작아졌습니다. 애들을 위해서 좋은 엄마로 살아가려 애쓰는데 뭔가 채워지지 않는 결핍감이 자꾸 내 곁을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쌓였었나 봅니다. 참아왔던 것들이 터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나는 스스로를 달랜다고 맛있는 커피를 자주 사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위해 시간을 들이고, 배움에 돈을 투자했습니다. 옷을 사고 화장품을 샀습니다. 예전이라면 바르지도 않았을 컬러풀한 매니큐어를 바르며 마음아 쎄져라고 주문을 외웠습니다.

마음이 가지 않는 일은 관두기 시작했습니다. 성실했고, 신뢰가 높았던 예전의 모습을 버리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떡해요. 나를 위해 살기 시작하니 내 마음에서 울리는 북소리를 마다하기 어려웠던걸요. 그렇게 지독하게 나를 챙기며 몇 년을 살았습니다.



인연이 끊어지고 사람의 마음을 잃었습니다. 갈 자리가 줄어들고 혼자의 시간이 잦아들었습니다. 과연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허무함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래도 멈추기 어려웠습니다. 이게 나인 걸요. 이제껏 이 모습을 들키기 싫어서,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내 알맹이를 숨기고 살았나 싶었습니다.



 아마 제가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실수하고 싶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이기적으로 보일 나를 돌보는 행동을 하다가 미움받으면 어쩌지. 관계가 어긋나면 어쩌지. 인간관계를 잘하고 싶은 내 마음이 너무 컸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좋아해 주는 내 모습 만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편안한 일상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면을 쓴 날엔 함께이면서도 외로웠고 같이 하면서도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그걸 다 내려놓고 홀로된 시간도 고통스럽지 않았다면 거짓이지만 더 이상 마음에 없는 소릴 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습니다.



요즘도 종종 자리에 맞게 가면을 쓰지만 맞춤 옷을 입은 듯 행동들이 자연스런 날이 더 많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정말 까발린 날엔 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지나면 더 편안해질 내가 있기에 불편한쯤은 한 모금 삼켜내려 합니다.



나를 위해 살아가 보니 타인의 입장을 바라볼 여유가 생깁니다. 이렇게 살다가 진짜 혼자서만 사는 게 아닐까 오래 고민한 시간이 있었는데 아니라는 걸 최근 알았습니다. 이런 내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그건 하늘을 얻는 기분이었습니다.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대로도 괜찮구나 하고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런 내모습을 보이다 마음을 잃는 게 아닐까 종종 거린 날들이 수두룩하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실수하지 않으려 애쓴 날 보다 자연스럽게 살아가려 애쓴 노력들이 나를 편안하게 해줬으니까요.



스스로를 위해 살아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어제라면 오늘은 나를 가장 귀하게 여겨보시길 바랍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은 이 순간만큼이라도 내려놓고 스스로를 섬기고 대접하는 오늘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런 날들이 쌓이고 모이면 나를 대하듯 상대를 대하게 됩니다.

무례한 이들에게는 단호해질 힘이 생깁니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의 마음을 감사히 받아들일 여유가 생깁니다.



그럼 오늘도 스스로를 대접하는 하루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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