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수 Sep 08. 2023

나만의 취향을 가지는 법

내가 선택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어린 날, 저는 혼자 하는걸, 혼자 있는 것도 너무 힘들어하는 아이였습니다. 동아리도 친한 친구들과 함께 하길 바랐어요. 대학에서 수강신청할 때도 친구들과 함께 들을 수 있는 과목만을 골라서 듣곤 했죠. 옷을 살 때도 함께 쇼핑을 갔고, 꼭 의견을 묻곤 했습니다.

'이 스타일로 잘라주세요'하고 사진까지 가져갔었는데. 취향껏 자른 내 머리를 보고 왜 그렇게 했냐 묻는 그 애의 말에 그 미용실을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릅니다.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 소릴 들은 옷은 더 이상 세상의 빛을 보기 어려웠죠. 그렇게 나의 모든 촉수는 세상 밖의 안테나에 쏠려 있었습니다.


대신 저는 세상의 유행이 바라는 대로는 잘 맞춰 간 것 같아요. 그런 제게 나만의 개성이 있었을까요? 좋아하는 걸 발견하는 법조차 어려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어떤 장소를 사랑하는지 알아챌 기회가 있었을까 그때의 내게 묻고 싶습니다.



취향을 발견하는 일은 의외의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일을 할 때 잘 못한다고 여기저기서 구박받던 일이 그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못하는 내게도 잘하는 일이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게 되었습니다.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사람들이란 제목이 들어간 책도 자꾸 찾아 읽게 되었습니다. 그런 삶이 이상으로만 그치지 않고 현실 속에서도 있는 걸까 확인하고 싶었지요.



누군가와 늘 함께 하길 원하던 나였어요. 일을 하고서부터는 취미는 같이 하기 어려웠지요. 시간도 안 맞았고, 주눅 들어 있던 때라 같이하자 말 꺼내기도 어려웠어요. 어쩔 수 없이 혼자 시작하던 것이 방송댄스였습니다.

샤이니의 ‘링딩동, 브아걸의 ‘아브라카다브라’같은 춤을 추는 시간은 참 재밌었습니다. 잘한다는 소린 듣지 못해도 음악에 맞춰 내 몸을 움직이는 일이 즐겁다는 것을 알아갔습니다. 그렇게 또 하나하나 취미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고르고 선택하고 안 맞는 건 버리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전전했습니다. 잘 맞는 건 꽤 오래 했고, 아니다 싶은 건 한 달도 안 돼서 그만뒀어요. 오래 진득하게 좀 해보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한 귀로 흘러 넘겨졌습니다. 보통 때라면 귀에 박힐 말들인데 말이죠. 아마도 취미를 배우는 일들에 실수하고 실패하는 게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마음에 자랐던 거 같아요. 그렇게 이제는 취미 부자가 되었습니다. 요리도 그렇고, 운동도 그렇게 흉내 낼 줄 아는 일들이 조금씩 늘어난 것 같아요.



이젠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면 누군가의 동의를 구하지 않습니다. 잘 해내지 못할까 겁을 덜먹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진짜 이 일을 내가 하고 싶은지, 하고 싶지 않은지 따져보는 것입니다. 너무 거창하고 근거를 대며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이 설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속으로 조용히 묻습니다. 혼자와의 대화를 나누다 보면 결론이 나더라고요. 한번 해보자, 아니 하지 말자 하고 말이죠.



나에게 잘 맞는 취향을 발견하는 방법은 누군가와 함께 하느냐 함께 하지 않느냐에서 비롯되는 건 아닌 거 같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마음에 들어 선택하느냐 그렇지 않으냐 하는 문제입니다. 누군가 권해서 해보는 것도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기에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하고 말고는 나의 의지인 것입니다. 그걸 의식적으로 생각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결정했으니 내가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해보는 것입니다.



실수나 실패를 하면 또 다른 걸 해보면 된다는 마음으로 이것저것을 때로는 스스로 고르고 선택하다 보면 내겐 근력이 쌓이겠지요. 내가 잘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기준이 생기겠죠. 그렇게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이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할 때 나에게는 선택할 힘이 생기는 것입니다. 남이 뭐라 하건 말건 내가 좋으면 해본다는 뚝심이 생기는 거겠죠. 그 뚝심이 내 취향이지 않을까요? 오롯이 내가 좋은 것. 내가 소화할 수 있는 것. 내가 견딜 수 있는 거 말이죠.



그렇게 저는 오늘도 취향을 찾아 나섭니다. 내게 잘 맞는 게 뭘까 나에 대해 사유하며 시간을 가집니다. 점점 내 곁에는 나만의 취향들이 소복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넘어져 얻은 값진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의 선물로 가꾸는 일상은 소박하지만 비루하지 않습니다. 삼삼한 일상이 담백합니다. 뛰어나게 잘하지 못하지만 이 정도로 쓰일 수 있다는 것에 충분히 만족합니다. 그 정도의 만족도 내 취향인 거겠죠.



여러분은 어떤 취향을 가지셨나요?

어떤 취향을 가져보고 싶으신가요.

서로의 취향이 자라나 향기로운 오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아침입니다.











© miracleday, 출처 Unsplash






작가의 이전글 이기적인게 아니라 독립적인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