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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 Sep 14. 2023

나를 찾아가는 시간-줌바

자기만의 세계를 만드는 시간

작정하고 요즘말로 일컫는 ‘아싸’가 되었다. 


내가 제일 되기 두려운 게 바로 아싸였는데. 소외되는 게 싫어서  기를 쓰며 집단에 날 욱여넣었는데. 


일을 할 적에는 은따(은근한 따돌림)가 됐다고 느낀 적 있었다.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아서 영향력 있어 보이는 그 사람에게 나를 맞췄다. 내 마음보다 다른 사람 말에 더 신경 쓰며 살았는데. 그런 내가 스스로 엄마들의 단톡 방에서 나왔다. 


엄마들과 지내는 게 싫은 건 아니었다. 얽매이는 게 싫었다고 할까. 자연스레 만나는 게 좋았지, 모임을 가지는 건 불편했다. 처음엔 같이 술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기도 했지만 서서히 친해지고 싶었다.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시간을 보내야 친밀해지겠지만 나는 순서를 달리하고 싶었다. 친해지는 농도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나는 조금 더 무르익고 함께하고 싶었다. 아니, 함께 하자고 해도 피곤한 날은 혼자이고 싶었다. 


단체 톡에 그것도 아이친구의 엄마라는 이름이 덧 입혀지는 그 사이가 나는 왜 그렇게 어려웠는 줄 모르겠다. 둥글게 사람 사귀는 게 젬병인 나였던 까닭일까. 그러나 내 불편한 마음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오는 것도 신경 쓰여서 엄마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단톡이 불편하다 이야기하고 방을 빠져나왔다. 어떻게 해석할지 그 뒷감당까지는 더 이상 내가 책임지고 싶지 않았다. 당연하게 친해지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단톡이라는 것에 나는 조금 더 신중해지고 싶었다. 


보이지 않는 그룹이지만 온라인의 결속력도 소속감의 일부였을까. 아이들 반이 달라져서 멀어진 걸까. 거리를 둔 내 탓이었을까. 점점 혼자인 시간이 많아졌다. 하원하면 당연한 듯 놀이터로 달려가는 아이들 사이로 나도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젠 그런 즐거움도 서서히 사라졌다. 

처음엔 그 허무함과 상실감이 생각보다 컸다. 일상을 잡아주던 큰 주춧돌이 하나 빠져버린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소속되고 싶어서 무조건 함께 움직이고 싶진 않았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들에 더 중심을 두고 살아보고 싶었다. 누군가 좋다고 해서, 좋아 보여서, 좋은 일처럼 여겨져서 하는 것 말고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일상의 가운데에 놓고 싶었다. 






난 어릴 때부터 춤추는 일을 좋아했다. 명절날 형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어쩌다 그리 소재가 빠졌는지 모르겠지만 소풍 때 다들 핑클 춤 추지 않았어요? 하고 말을 꺼냈다. 그런 적 없다고 처음 있는 일처럼 말하는 형님들을 보며 내가 좀 달랐다는 걸 알았다. 

친구들도 내가 춤추는 모습을 보면 기겁했다. 나는 노래방에서도 정말 끝장나게 놀았는데 마이크를 목에 휘감고 탬버린으로 온몸을 두들기며 춤을 췄다. 노래가 끝나면 조용한 내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확실히 춤추고 노래하는 일에 대한 즐거움을 알았던 것 같다. 그 생각이 났다.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고. 


일본영화 ‘쉘 위 댄스’를 보면 일과 집을 반복하며 살아가던 셀러리 맨이 사교댄스를 배우며 활기를 되찾는다. 강사님의 미모에 반해 시작한 교습이긴 하지만 춤을 추면서 확실히 그는 자기만의 세계가 생겼던 것 같다. 

일만 하던 주인공에게 댄스의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을. 그는 해보지 않았다면 알았을까? 그 영화를 보고 생각했다. 나도 기회가 된다면 춤을 추고 싶다고. 생각만 말고 언젠가 꼭 해보자고.



엄마는 코로나가 심할 때 유튜브를 보며 집에서 줌바를 췄는데 그 잔상이 꽤 선명했다. 나도 홈트로 줌바를 다시 만났다. 

별 것 아닌 춤 일거라 얕잡아 봤는데 살사풍의 리듬에 골반을 뒤흔드는 모습을 영상으로 접하고 매력에 빠져 버렸다. 줌바를 몰랐다면 찾아 듣지도 않았을 라틴계 음악은 생각보다 온몸을 꿈틀대고 싶게 만들었다. 스포츠 센터 수강 중에 줌바 댄스 자리가 몇 개 남아있었는데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도저히 못하겠으면 그만두자고. 한 번이라도 춰보자고. 

그렇게 긴장된 숨을 내쉬며 강습을 등록했다. 


예전, 요가할 때 입었던 무채색의 쫄쫄한 옷들을 주섬주섬 챙겨 넣고 춤추러 가는 길. 쑥스럽고 긴장되지만 설레는 마음을 안고 문을 열었다. 

내가 선택한 일상은 어떤 색의 풍경이 펼쳐 질까. 

두려움을 가슴에 안고 설렘의 문을 연다. 


사진: UnsplashDrew Col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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