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내려놓으면 삶은 다시 굴러간다
취업의 하수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음가짐
취업의 하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스펙 쌓기, 이력서에 도움 될 경험 만들기?
이 모든 것들을 안 해 본건 아니다.
방송대도 잠시 다녔고, 직업 상담사 자격증도 준비해 봤다. 꾸준함이 어려웠다.
학교와 직업상담사에 대한 간절함이 덜했던 탓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무엇보다 부족한 것은 용기였다.
거기에 한 가지 덧보태자면 결핍을 채우려 달려들면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 거였다.
결핍이 노력으로 채워지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어디 뜻대로 되던가.
나는 자꾸만 어그러지는 현실에 우울감을 느꼈다.
삶에서 흥미를 자꾸만 잃었다.
잘 살아보려고 하는 취업준비가 일상을 뒤흔든다면 그건 방향이 잘못된 게 아닐까란 생각도 우울감을 감기처럼 앓으며 해본다.
일주일 구직활동을 쉬었더니 거짓말처럼 삶이 눈에 들어왔다. 모든 걸 내려놓고 주변의 일상을 누리려 애썼던 시간들. 좋아하는 책만 읽고, 산책하며 기분 좋은 식당에서 음식을 챙겨 먹었더니 나는 살아났다.
친구의 안부가 궁금했고, 넷플릭스 퀴어아이 다음 시즌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잠시만 바람 좀 쐬었을 뿐인데 아이들이 다시 예뻐 보였다. 취업활동에 빠졌을 때는 애들이 요구하는 것들에 종종 진저리가 날 때도 있었는데 말이다.
다시 구인 사이트를 들여다보고
다시 취업에 관한 책을 읽는다.
미래의 내가 꿈꾸는 삶을 떠올리고
앉은자리에서 일어나자 호흡을 가담는다.
취업의 두려움을 떨구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졌다.
나를 찾아주지 않는다면 나를 원하는 곳으로 가자.
무보수는 열받지만 봉사는 좋은 마음으로 할 수 있다.
그것 또한 세상과 부딪히는 작은 시작이 아닐까.
이왕이면 내가 잘할 수 있고 해보고 싶은 봉사를 골라서.
컴퓨터도 잘 다룰 줄 몰라 여성인력개발센터에 수강신청을 했다.
운전도 못 하는데 연습을 해볼 겸 조금 멀리 떨어진 기관으로 향한다.
도무지 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시스템 속에 나를 욱여놓고 변화를 꿈꾼다.
움직여라.
그 작은 날갯짓이 큰 바람이 되리라.
그런 마음으로 다시 마흔 날 내 인생의 새 도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