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에서 다윗의 별을 보다

꽁트

by 김창수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열린 창문 틈 사이로 들어와 아커만의 몸에 배인 땀을 식혀주었다. 파도소리에 잠을 깬 그는 흐트러진 이불을 몸에서 걷어내며 기지개를 켰다. 그는 테라스로 나가 두 손을 하늘로 향해 뻗은 채로 멀리서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았다. 어제 저녁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한국에서 온 영철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했던 이야기들이 목에 걸려서 잠을 이룰 수 가 없었다.


“살롬!”

그가 식당으로 들어오면서 영철을 금방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아커만 씨! 안녕하십니까?”

영철은 반가운 듯이 앉았던 의자를 뒤로 물리며 일어나서 그에게 인사를 했다.

“언제 텔아비브에 오셨어요?”

그는 오랜만에 본 영철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제 저녁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영철과 사업상 여러 번 해외에서 만났기 때문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지중해 해안가에 위치한 식당은 운치가 넘쳤다. 저 멀리 몰려오는 포말이 당장이라도 식탁 위로 넘칠 것 같았다. 아커만은 유태인들이 쓰는 빵떡모자라고 부르는 ‘키파’를 쓰고 있어서 유태인임을 드러냈다. 영철은 이스라엘 방문이 처음이라 유태인에 대한 호기심을 이번 기회에 풀어볼 생각이었다. 아커만이 자리에 앉자 영철은 키파를 가리키며 그것이 유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물어왔다.

“키파는 히브리어로 ‘가장 높은 계층’이란 뜻입니다. 탈무드에 보면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기 위하여 네 머리를 가려라’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는 현대에 있어서 키파가 갖는 의미를 네 가지로 설명해주었다. 온 인류 위에 계시는 하나님을 인식하기 위하여, 구약성서의 613 계명을 받아들이고, 유대인의 일체성을 위하며, 모든 유대인의 선교적 표현으로 키파를 쓴다고 설명해주었다. 유태인들이 정수리 부분에 모자를 쓰는 이유는, 인간은 정수리 부분만 맞아도 즉사하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을 나타내면서 위에 있는 무한한 권위에 순종하는 뜻이라고 했다.


“이번 무인항공기 도입 건에 대해서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철이 재촉하듯이 말했다.

“이스라엘은 국가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술 이전 건에 대해서는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아커만은 국익을 언급하면서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생각이었다.

“기술이전에 대해서는 별도로 협의하기로 하고 우선 가격부터 마무리 지었으면 합니다.”

영철이 급한 마음에 가격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아커만이 테이블 위에 있는 메뉴판을 보며 잠시 머뭇거렸다. 가격문제에 초점이 맞춰지자 유태인 특유의 빠른 계산이 영철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지난번 제시한 가격은 이스라엘 정부의 첨단 기술제품에 대한 엄격한 통제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영철은 이번 이스라엘 방문에서 구체적인 계약을 위한 협상이 목적이었다. 한국 정부에 납품하기로 한 일정이 늦어지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영철은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가격 및 납기일을 매듭지어야만 했다. 아커만이 그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고 영철은 그에게 발목을 잡힌 듯했다.

“20여 년 전 처음 회사에 들어와서 거래한 회사의 사장이 유태인이었습니다.”

아커만은 영철이 갑자기 꺼낸 말에 당혹감을 느꼈다.

“제품에 하자가 없었는데도 도착지에 있는 물건을 다시 보내겠다고 했죠.”

영철은 마음속에 있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아커만 앞에서 노골적으로 유태인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실례라는 것을 영철은 알고 있었다.

“수출한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자 적자를 피하기 위해서 가격을 인하하려 한 일종의 협박이었습니다.”

아커만의 얼굴이 갑자기 불그스레 변하면서 영철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이어가 제품의 하자를 핑계로 가격을 낮추는 것은 좋은 매너는 아닙니다.”

영철의 억양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고, 아커만은 더 이상 들을 수 없어서 그의 말을 받아쳤다

“탈무드에 랍비인 ‘라바’가 한 말이 있습니다. 인간이 죽어서 천국에 가면 가장 먼저 묻는 말은 ‘너는 장사를 정직하게 하였느냐?’ 한마디로 말하면 너는 떳떳하냐는 것입니다.”

아커만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비즈니스맨이 지켜야 할 여러 가지 상도덕 중에서 정직하게 하였는지,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았는지, 자기의 힘으로 남을 업신여기지는 않았는지를 말하는 것입니다”

탈무드는 유태인의 신앙과 사상의 원천이며, 생활의 규범이었다. 유태인들에게 규범이라는 것은 곧 그들의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 상징적인 내용 속에 유태인들은 장사를 했고, 그것은 곧 시장의 원리였다. 아커만은 영철이 한 말에 대해서 유태인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설명해줬다. 영철은 잠시 망설이더니 구체적인 협의를 위해서 내일 다시 만나기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간의 신경전이 시작 된 것이었다.


아커만은 테라스에서 들어와 샤워를 했다. 비눗물이 눈에 들어오면서 잠시 쓰라림을 느꼈다. 영철이 한 말이 귀속에서 윙윙거렸다. 오늘 저녁 비행기로 떠나는 영철과는 이번 사업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가격과 기술 이전을 어떻게 같이 풀어야 할지 잘 떠오르지를 않았다.

아커만은 어제 유태인의 상도덕에 대해서 언급하자 영철이 일단 물러선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정공법으로 가는 것이었다. 가격은 그대로 해주고 기술이전료에 부담시키면 되었다. 기술 이전료를 얼마나 책정해야 할지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종교적이고 민족적인 우월감이 있었다. 하나님이 세계의 모든 백성 가운데에서 유일신을 믿는 이스라엘 백성만을 선택하였다고 믿는 ‘선민의식’이 그것이었다. 그들은 지난 세월의 고통도, 중동국가들 틈새에서 팔레스타인들을 몰아내고 이스라엘을 건국할 수 있었던 것도 신이 이스라엘 백성을 선택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비즈니스에서도 그들은 항상 우월함을 내세워 상대방을 선제공격하며 제압하였다. 그리고 상대방의 항복을 받으며 여유로움을 즐겼다. 형철도 어제 저녁 선제공격을 받고 당황하였고, 끝내 임시 휴전이라는 중재안으로 간신히 위기를 벗어났었다.


“어제 무례했던 것을 사과합니다.”

영철이 아커만을 보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비즈니스에서는 사과는 없습니다. 단지 말에 대한 인정여부만 있을 뿐입니다.”

아커만은 조용히 그의 얼굴을 보면서 웃었다.

“가격과 기술 이전 문제를 같이 합의 하였으면 합니다.”

아커만은 기술 이전 문제는 정부와 직접 해결하겠다고 하였다.

영철은 본사와 협의한 제안을 했고, 아커만은 가격에 대해서는 수용할 의사가 있다고 하였다. 기술이전료에 대해서 최종 통보를 해주겠다고 하였다. 아커만이 어느 정도 물러섰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금씩 풀려가고 있었다. 아커만의 계산은 결국 가격을 받아들이지만 기술이전료에 대해서는 유리한 입장을 취하려는 의도였다. 유태인의 탈무드 규범을 지켜주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영철은 인식하고 있었다. 아커만은 일어서는 영철에게 밴구리온 국제공항에 있는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인 ‘밴구리온’ 흉상에 있는 문구를 보라고 했다. 왜 유태인을 세계의 이단아로 만들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영철은 밴구리온 흉상에 적혀 있는 글을 읽으며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유난히 커 보이는 다윗의 별이 정면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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